[이코노믹데일리] 기존에 빌렸던 카드 빚을 갚으려 다시 대출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년 동안 50%가량 증가한 가운데 이런 빚을 갚지 못해 현금서비스까지 받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가계 소득은 늘지 않아 서민들의 '빚 돌려막기'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9개 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오른 수치로, 지난 9월(1조414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이란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만기 납입 시점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카드사로부터 다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카드론 대환대출은 재심사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떨어지게 된다. 대출을 받았다가 또 받는 경우이므로 차주 신용에 문제가 있거나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만약 연체가 지속되고 상환이 안 되면 이자 부담도 가중된다.
아울러 카드사 리볼빙 잔액은 주춤했지만 평균 수수료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5832억원으로 전월(7조6125억원) 보다 하락했고 리볼빙 수수료율 평균은 16.65%로 9월(16.55%)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리볼빙이란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 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서 결제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 역시도 기존 카드값과 연체 수수료율이 같이 적용돼 빚이 크게 늘 수 있어 우려가 잇따른다.
당장은 위기를 넘기는 것 같아도 결국 빚이 빚을 불러오는 상황이다. 최고 연 20%에 달하는 고금리임에도 리볼빙을 찾는 차주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서민들의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런 카드값 부채를 막기 위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또다시 돌려막기를 한다는 점이다. 현금서비스는 본인 신용카드 한도만큼 약 두 달씩 만기로 돈을 빌리는 단기 대출 서비스로 통상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급전 창구로 활용돼왔지만 카드값 막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9월 6조3000억원대였던 현금서비스 잔액은 이달 6조6000억원에 육박했다.
이같은 다중채무로 신용불량자들이 끊임없이 증가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급한불은 끄더라도 채무와 연체율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당국의) 서민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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