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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사라진 '오픈런'…경기 침체에 명품 열기 '시들'

김아령 기자 2023-12-07 06:00:00
버버리 로고 [사진=연합뉴스DB]

[이코노믹데일리] 경제 불확실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명품 소비가 줄어들자 덩달아 호황을 누리던 리셀(재판매) 시장도 거품이 꺼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명품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긴 줄을 섰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백화점 명품 매장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엔데믹과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실적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새 돌파구 찾기에 나선 이들은 최근 적과의 동침도 마다않는 모습을 보이며 ‘생존 경쟁’에 내몰린 모습이다.
 
◆ 코로나 때 웃었던 명품사…‘인플레·고금리’에 울었다
 
코로나19 시기 명품 시장은 급성장했다. 하늘 길이 닫히면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소비자들의 보복소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영향이다. 지난 2020년 명품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고, 2021년 29% 증가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고, 올해는 5~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감소세는 고금리, 글로벌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전 세계적인 소비 둔화 탓에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도 꺾였다. 영국 명품 패션업체 버버리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2억2300만파운드(약 357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2분기 매장 매출 증가율은 1%에 그쳤다. 전분기(18%)보다 급감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미주 지역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미주의 매장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 줄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 증가율도 2%에 그쳐 성장세가 둔화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1분기 매출 반등세가 두드러졌던 중국의 매장 매출 증가율은 2분기 15%를 나타냈다.
 
명품 시장의 성장세 둔화 흐름은 버버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찌를 소유한 케링그룹의 3분기 매출은 44억6400만유로(약 6조268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인 –11.4%보다 더 악화한 수치다.
 
구찌는 케링그룹의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가장 큰 브랜드로 매출이 14% 급감하면서 타격이 컸다. 생로랑과 보테가 베네타의 3분기 매출도 각각 16%, 13% 줄었다.
 
세계 1위 명품기업도 불황은 피하지 못했다.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199억6400만유로(약 28조328억원)로 집계됐으나 올 상반기 매출 증가율(17%) 보다 두드러지게 둔화했다. LVMH의 핵심 브랜드인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이 포함된 패션&가죽제품 부문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은 9%로 시장 예상치(11.2%)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더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동안 명품 소비에 지갑을 열던 소비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피랄 다다니아 애널리스트는 “명품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며 “현재 명품 시장 규모는 2019년보다 약 24% 높으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RBC는 2024년 명품 브랜드의 전체 매출이 시장 컨센서스를 3~8% 밑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명품 기업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크게 둔화한 것은 유럽을 제외하고 양대 소비 시장으로 볼 수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명품 소비 비율 1위인 미국에서 부진이 심각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미국 내 명품 패션 관련 카드 결제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11%, 13%, 16% 감소했다. 카드 결제액이 분기별 평균 34% 증가했던 2021년과 대조적이다.
 
명품계 큰 손으로 통하는 중국에서도 뜨뜻미지근한 리오프닝 효과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추절과 국경절이 있는 지난 8월 황금연휴 기간 중국 매출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명품 소비자 평균 나이는 28세로 매우 젊은 편인데 청년 실업률 급등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액 1위 국가인 한국에서도 최근 명품 매출이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에서 명품 브랜드가 포함된 해외 유명 브랜드의 8월 매출은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약 325달러(약 43만원)인 세계 1위로 중국과 미국을 넘어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의 위축, 그리고 명품에 대한 수요의 감소 등으로 매출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전 세계 소비 위축으로 명품 시장이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라며 “내년 명품 시장 성장률은 한 자릿수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루이 비통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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