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보잉 787기종 여객기에 SAF만 100% 채워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공항까지 약 5530㎞ 비행에 성공했다. 상업 여객기가 온전히 SAF만을 연료로 사용해 장거리 비행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AF는 폐식용유나 생활 폐기물, 농작물 등으로 만든 친환경 대체 연료로, 등유를 기반으로 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70% 넘게 줄일 수 있다. 이번 비행에 사용된 SAF의 88%는 폐지방에서, 12%는 미국 옥수수 폐기물에서 뽑아냈다.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항공업계는 SAF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연간 최소 30억 갤런 이상 늘려 전체 항공연료 수요의 10%를 대체하고 2050년까지 연간 350억 갤런의 항공연료 수요 전부를 SAF로 전환한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수송용 바이오 연료 의무 사용 비율 2%를 적용했으며, 2030년에는 14%, 2050년에는 50% 수준으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 중 이미 프랑스는 SAF 1% 의무 사용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의 10%를 SAF 대체로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작 국내 항공업계는 당장 2025년부터 SAF 혼합 의무를 준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순위로 친환경 연료 비용을 국내 항공사들이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항공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항공유는 항공사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항공권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항공유의 경우 미국 기준 갤런(1갤런=3.78L)당 약 2.85 달러(약 3825원) 수준이다. 하지만 SAF 가격은 갤런당 6.69 달러(약 8980원) 수준을 웃돈다.
항공사의 SAF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SAF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공급량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법적 근거가 없어 합성원유 생산이 불가능하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자연산 원유로만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고, 석유 이외의 원료는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제도적 지원에 먼저 나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3일 석유정제업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련법 개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법 상으로 정유사는 '석유 정제 제품'만을 팔 수 있었다. 개정안은 여기에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의 사업도 영위할 수 있게 했다. 정유사가 SAF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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