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나 무선 이어폰 같이 신체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하면서 배터리에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졌다. 2~3년 정도 사용하다 보면 처음 기기를 샀을 때보다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 느낌도 든다. 게다가 스마트폰 말고도 시계, 이어폰, 흡연자는 전자담배까지 충전해야 할 기기가 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 사례의 A씨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어떤 기기를 쓰더라도 요즘은 그때그때 충전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제품 설명서에 적힌 대로만 하면 된다.
배터리를 오래 쓰고 싶다는 말은 두 가지 뜻을 가진다. 기기를 한 번 충전한 상태로 장시간 버틴다는 것, 또 하나는 처음과 같은 사용 시간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다. 보통 배터리 수명이라고 하면 후자를 일컫는다.
배터리 수명 관리는 스마트폰이든 웨어러블이든 다르지 않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두 기기에 들어간 배터리의 차이는 용량 밖에 없다"며 "소모 전력이 다르기 때문에 용량이 3000~5000밀리암페어시(㎃h)인 스마트폰이나 수백㎃h인 웨어러블이나 충전 빈도, 수명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운영하는 정보 제공 웹사이트나 웨어러블 기기 사용 설명서에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배터리 수명은 '일반적인' 소비자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개된 배터리 수명 늘리는 법 중 상당수가 지금은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통상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500회 안팎의 충·방전 사이클(주기)을 갖는다고 알려졌다. 0%에서 100%까지 충전했을 때가 한 사이클이다. 만약 50%에서 80%까지 충전했다가 30%까지 사용한 뒤 다시 100%까지 충전했다면 한 사이클이 찬 것이다.
기기에 표된 충전 비율(%)을 가지고 충·방전 사이클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배터리 제조사 측은 "배터리 수명을 아끼려고 일일이 사이클을 계산해가며 기기를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앞선 관계자는 "어차피 소모품인 배터리에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는 '배터리 보호 모드'나 '충전 제한 모드'가 있어서 80~85%까지만 기기가 충전되게끔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왜 있는 것일까?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때 내부에서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양극과 음극을 서로 오간다. 이때 각 전극을 구성하는 물질은 리튬이온과 전자를 붙잡거나 내뱉는 상태가 되는데 한정된 공간에 리튬이온·전자가 가득 차 있을 때보다 조금은 여유를 둘 때 부담이 적다.
제조사에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 제한 기능은 과충전을 방지하는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한다. 전원을 연결해 사용할 때 배터리가 가득 찬 상태로 오래 쓰면 화학적 노화(老化)가 빠르다는 이유다. 또한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기기나 인증을 받은 충전기에 과충전을 막는 칩이 내장돼 있다.
첨단 기술 집합체인 배터리는 정밀하고 복잡한 부품이면서 수명이 명확한 소모품이다. 가까운 미래엔 스마트 안경, 스마트 반지, 스마트 조끼 같은 제품도 등장할지 모른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기는 앞으로 훨씬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구태여 수명에 신경쓰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스마트 기기의 편리함을 충분히 누리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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