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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뱅커 도덕불감증] ①역대급 횡령 오명…은행, 직원 '사금고' 전락에 "어딜 믿나"

박이삭 기자 2023-09-26 05:00:00

올해도 직원 범죄 만연…'무너진 내부통제'

시중·지역 할 것 없이 '범죄 고도화' 추세

통제 강화해도 단속은커녕 회수마저 지지부진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금까지 이런 사고는 없었다" 역대급 횡령이 판치는 은행을 향한 국민들 신뢰가 바닥치고 있다. 신용과 정도(正道)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은행원(뱅커·Banker)은 옛말이다. 도덕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위험 수위를 뛰어넘었고, 당국은 범죄 고도화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며 자구책을 세우는데도 완전한 단속은커녕 회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본지는 금융권을 대표하는 시중·지방은행을 둘러싼 도덕불감증 실태를 꼬집는 한편 전문가 고언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25일 기준 금융감독원이 BNK금융그룹 경남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횡령 사고 규모를 조사한 결과, 투자금융본부 직원이 총 298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규정하며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비상경영위원회·내부통제 분석팀 구성 △영업점 3년·본부 5년 장기근무자 순환배치 등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투자금융본부 내) 자금담당 파트를 자금시장본부 내 금융시장지원부로 옮겼다며 "그간 기존 부서(투자금융본부)에서 대출부터 사후관리까지 해왔으나 이 프로세스를 분리시켜 추가 사고를 막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경남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그룹은 실제 횡령액이 595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2988억원의 경우, 횡령을 덮기 위한 돌려막기가 전부 합산됐다는 해명이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 역시 경남은행 순손실 규모가 595억원이라면서도 "내부통제 시스템 취약성이 노출됐고 평판 하락에 따른 실적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경남은행)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고는 지난해 70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과 유사한 양상을 띤다. 순환근무 없이 한 부서에서 오래 일한 재직자가 수년간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에서다.

경남은행 직원은 15년 동안 PF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자기가 관리하던 사업장에서 꾸준히 횡령을 저질렀다. 우리은행 직원 역시 8년간 본점 기업개선부에 근무하며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두 범죄자 모두 문서 위조는 물론 가족 명의를 활용해 범죄 행위를 이어갔다.

지난달 KB국민은행에서는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다 덜미를 잡혔다. 직원들은 2021년 1월에서 2023년 4월 사이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 대행 중 증자 규모·일정 정보를 미리 얻었다. 이후 이들 역시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사들여 127억원의 매매 이득을 챙겼다.

영남권의 또 다른 금융사인 대구은행에서도 고객 문서를 위조한 정황이 포착됐다. 당국에 적발된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 동의 없이 문서를 위조해 1000건 이상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이들은 범죄 사실을 은닉하고자 고객에게 발송되는 계좌 개설 문자메시지를 차단하거나 고객 전화번호 앞자리를 '016'으로 입력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사에서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작년 6월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뭔지, 향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점검하기 위해 은행 경영진과 의사 교환이 필요하다며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한 뒤 기회를 잡아 (대책을) 말씀드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시중·지역은행 할 것 없이 금융 범죄가 속출하는 데다 회수액은 턱없이 저조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서 올해 7월 사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의 금전 사고액은 991억93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108억2500만원, 1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윤 의원은 수년 동안 금전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적발은 '빙산의 일각'이며 회수 역시 대단히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에 대한 신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은행은 고객 자금을 취급하는 담당자에 대한 명령 휴가 제도를 대폭 확대 실시하고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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