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삼성에 따르면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진돗개 원산지가 한국산으로 등록되기까지 이 선대회장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 여러 견종을 키워 보며 진돗개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개라는 사실을 느끼고 직접 보존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기념물인 진돗개는 이전까지 국제적으로는 정식 견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진돗개는 개들 가운데서도 주인을 향한 충성심이 강하고 영리하기로 유명하지만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 이 회장이 복원에 뛰어든 1960년대만 해도 진돗개는 멸종 직전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 회장은 당시 전남 진도군을 찾아 멸종 직전인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이후 10년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 냈고 개체 수를 300마리까지 늘렸다. 그 결과 순종 비율을 80%까지 올려 놨다.
이 회장은 1997년 쓴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진도에 가서 사흘을 머물며 장터에도 가고 순종이 있다는 이 집 저 집을 찾아 30마리를 사왔다"며 "사육사와 하루 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 전문가를 수소문해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 애썼다"고 적었다.
이 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 견종 종합 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한국을 원산지로 등록됐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으로부터 정식 품종으로 인정받았다. 켄넬클럽 심사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당시 이 단체는 "품종과 혈통이 잘 보호된 견종"이라고 호평했다.
진돗개 복원 이후 이 회장은 애견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전 세계에 전파를 타며 '한국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악평까지 나왔다. 이 회장은 한국의 높은 애견 문화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올림픽 이후 상당수 보신탕 집이 음지로 들어갔지만 영국 동물보호협회가 대규모 항의 시위까지 계획하기도 했다. 자칫 한국 상품 불매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자 이 회장은 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애완견 연구센터에 이들을 데리고 갔다. 결국 협회는 시위를 취소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을 한 1993년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하고 인명구조견(1995년), 청각도우미견(2002년), 흰개미 탐지견(2003년) 육성 등 개와 관련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다.
삼성 측은 "이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은 삼성의 진돗개 순종 보존,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 애견 문화 전파 등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노력은 한국의 애견 문화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