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놓고 진통이 여전하다.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당과 시민단체 주장에 야당과 의료업계는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맞서고 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소비자단체연합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8일에 다시 예정된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을 특정 이해기관의 이익적 측면이 아니라 오로지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권익 증진의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최소한 실손 보험금의 청구 절차만이라도 소비자의 불편함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악용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하고 객관적인 증빙 자료 제출로 정당성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며 "만약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소비자단체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과 의료계에선 민감한 의료정보가 보험사에 축적될 수 있고 해당 정보가 보험 가입 거절이나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들이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이를 이용하면 많은 이익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료법·약사법에서는 의료 정보 열람·제공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며 "개정안은 단순히 '의료법·약사법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만 있어 두 법의 취지가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법제처는 유권해석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절차적인 문제가 없고 과거 14년간 국회에서 논의된 점, 정무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결국 법사위에서 통과 되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되면 보험 가입자들은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실손보험금을 받으려면 병원이나 약국에 직접 방문해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의 팩스·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최종 제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하는 게 골자였다.
보험 업계는 해당 안이 시행된다면 서류 작업 등의 업무가 줄어 행정 비용이 절감되고 소비자 이익 증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보험 가입자가 청구하지 않는 보험금이 연간 2000억~30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법 개정으로 청구가 늘면 그만큼 가입자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전산화 시스템이 갖춰지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기준이 세워지고 과다 청구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빠른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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