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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못난이농산물로 상생도 하고 실속도 챙기고"

박경아 기자 2023-07-27 07:00:00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서 지난 21일 수해농가 돕기 '상생 다다기 오이'가 진열되어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21∼22일 외관상의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이를 매입해 정상 상품의 반값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며 장바구니 물가가 턱없이 오르고 있다. 농산물을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지난 7월 9일부터 19일 사이 집중호우로 인해 상추 등 시설 채소와 육계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으며, 배추·무 등 나머지 농·축산물 수급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나 앞으로 폭염이 지속될 경우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향후 장바구니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폭염·폭우로 오르자 소비자들도 똑똑해졌다. 예전 같으면 외면을 받았을 못난이농산물들을 사들여 즙을 내거나 다른 방법으로 조리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내 고향 못난이 농산물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직거래 판매를 하는 충북 증평 덕산리 행복애농원은 우수농산물관리인증(GAP)을 받은 2023년산 아오리사과를 지난 7월 24일부터 2주 동안 △정품 중과 5kg 3만3000원(24~29개) △정품 소과 5kg(29~35개) 2만7000원에 판매하며 △못난이사과 10kg(36~65개)을 3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부친에게 물려 받은 사과밭을 아내와 함께 ‘신세대 마인드’로 운영하고 있는 신장영 행복애농원 대표는 “출하 제품들을 선별하며 크기와 모양에 약간 이상이 있는 못난이 사과를 골라 내는데 요즘은 소비자 10명 중 3명이 못난이 사과를 선택할 정도로 알뜰하고 현명해졌다”고 전했다.

못난이농산물의 가치와 긍정적 이미지가 확산되자 지자체들도 못난이농산물 유통·가공에 본격 참여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지난달 29일 불정농협, 농업회사법인 내추럴쿡㈜, 대학찰옥수수가공협회와 못난이 농산물 생산·유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협, 식품업체와 힘을 합쳐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상품화에 나선 것이다.

경남 밀양시와 얼음골사과재배 농민들은 2,3년 전부터 못난이 과일이나 제철 지난 사과를 착즙을 하거나 주스, 아이스크림 등으로 가공해 판매 중이다. 강원 강릉시는 지역산 못난이 감자를 활용해 만든 과자를 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일 외에도 충북에서는 2022년 말부터 배추가격 폭락으로 출하를 포기한 배추농가 지원을 위해 속이 덜 차거나 포기가 작은 배추로 담근 ‘못난이 김치’를 생산해 도내 5개 업체에서 172t을 생산, 외식업체·단체급식용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장바구니 물가 상승 여파로 가성비를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를 위해 대형마트들 역시 못난이농산물 공급에 나서 홈플러스는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못난이농산물들을 판매 중이며 롯데마트는 상생 채소로 다다기오이를 선보였다. 온라인 파매업체 컬리도 당근, 오이 등 못난이채소 12종을 담은 '제각각'을 출시했다. 이처럼 한때 천덕꾸러기였던 못난이농산물을 둘러싸고 소비자에서부터 대기업·대형마트까지 적극 구매에 나서며 농가 소득을 살리고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며 농가·소비자·기업이 상생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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