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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박경아의 기후 잇슈] 폭우·폭염·화재 三災에 뿔난 지구..."진짜 엘니뇨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박경아 논설위원 2023-07-22 18:37:09
사진=박경아
 [이코노믹데일리] 한 남성이 더위를 피해 로마 분수대에 머리를 푹 담근 사진이 전 세계로 퍼진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는 섭씨 41.8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은 북반구 곳곳이 극심한 더위로 기록해 이란 남부 페르시안걸프 국제공항에서는 66.7도까지 상승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같은 날 54도를 기록했고, 18일 오후 미국 서남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측정된 기온이 47도를 기록했다. 이 지역의 낮 기온은 19일 연속으로 43도를 넘으면서 약 50년 만에 역대 최장 기간 지속된 폭염 기록을 경신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 기온이 되고 가는 것이다. 올봄부터 이상기후 징후를 보여온 지구는 이와 같은 폭염이 아니면 예측을 벗어나는 폭우, 그리고 지난봄부터 느려진 제트기류가 만든 열섬현상에서 비롯된 지구 북반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산불은 마치 옛날 어르신들이 불행한 일들이 이어지면 "3재(三災)가 들었다"고 하시던 상황과 유사하다. 네이버 사전 정의에 따르면 3재란 인간에게 9년 주기로 3년간 들어오는 3가지 재난을 말하는데, 첫해가 가장 심하고 다음 해부터는 조금씩 나아진다는 액운으로 대표적인 3재가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다. 요즘 상황에서는 풍재를 바람과 함께 이동하는 산불로 대체해도 무리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폭염보다는 예상치 못한 폭우에다 인간의 실수가 가미돼 배수펌프 작동실이 지하에 있어 원천적으로 지하도와 함께 침수되는 구조여서 피할 수 없던 비극이던 오송지하도 침수사건, 구명조끼조차 갖춰 입지 못한 20대 해병대원의 순직 등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반지하 빌라에서 발생한 참사를 피하려 노력했더니 이번엔 또 다른 방심한 곳곳에서 새로운 희생을 치렀다. 대체 언제까지 무방비한 희생이 이어져야 기후변화란 도도한 물길 앞에서 예측가능한 미래를 무사히 살아낼 수 있단 말인가.

민심은 그 인과관계를 빨리 잘도 파악해낸다. 예를 들어 아직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여전히 유럽인들에게 휴가를 보내기에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남부 유럽의 찌는 듯한 날씨가 미래에는 어디로 휴가를 가야 할지 여행자들의 계산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럽 관광단체연합 유럽여행위원회(European Travel Commission,ETC)에 따르면 올 여름과 가을 지중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유럽 관광객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감소했다. ETC는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그리스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였으나 “덜 붐비는 목적지와 온화한 기온을 찾아” 체코, 불가리아, 아일랜드, 덴마크와 같은 곳들의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이달 말 발표했다.

CNN은 여행 데이터 회사인 포워드키즈(ForwardKeys)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달 유럽 대륙의 폭염으로 인해 영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더 시원하고 더 북쪽에 있는 여행지를 선호하는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의 맹렬한 더위에 이어 올여름 극심한 더위가 닥치고 있는데 좀 더 시원한 휴양지에 대한 선호도 증가한다는 소식들은  특히 관광업에 의존해 살고 있는 지중해 국가들에게 매우 나쁜 뉴스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the World Travel & Tourism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그리스 경제의 18.5%, 이탈리아 경제의 10% 이상을 여행과 관광 분야가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지난 1~6월 일본인 관광객이 세계 1위로 찾는 특수를 누렸다. 일본인 해외관광객 5명 중 1명이 한국을 찾았으며, 특히 10~30대 여성 관광객 방문이 많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3재 중 다행이다 싶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는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며칠 동안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더위에 직면했으나 유럽우주국(ESA)은 7월 3째주 성명에서 “폭염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ESA에 따르면 지난 18일 화요일에 지구의 땅 표면의 온도는 로마는 섭씨 45도(화씨 113도),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카타니아는 섭씨 50도(화씨 122도)에 도달했다. ESA는 성명에서 "기후 변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와 같은 폭염이 더 빈번하고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 유적지 여행 가이드가 우산과 장갑을 사용해 햇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지난 20일부터 아크로폴리스와 다른 고고학 유적지들이 현지 시간으로 정오에서 오후 5시 30분 사이에 적어도 일요일인 23일까지 방문객들에게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기상청은 이번 주 기온이 더 오를 것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말 동안 섭씨 44도(화씨 111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주세페 나폴리타노 로마 시민 보호 책임자는 화요일 콜로세움 앞에서 실신한 영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이번 주 로마에서 여러 명의 관광객이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염이 정점이 지금이 아니란 불길한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CNN은 기후학자이자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수소 개빈 슈미트 소장이 20일 워싱턴 나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내년인 2024년 더 극심한 폭염이 닥칠 수 있다”며 “올해 이미 1.5도 이상 높아지는 슈퍼 엘리뇨가 폭풍처럼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슈미트 소장은 “올해 엘리뇨가 시작된 지 몇 달 되지 않아 지금까지 경험한 이번 여름 더위에는 아직 엘리뇨가 큰 영향은 미치지도 못한 상태”라며“우리가 온실가스를 대기에 계속 배출하고 있어 바다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이 멈출 때까지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는 역대 가장 더운 6월에 이어 가장 더운 7월을 보낼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6월의 세계 평균 기온은 16.5도로 지난 30년 동안(1991~2020년) 6월 평균치와 비교해 5.3도 높았다고 밝혔다.

C3S의 카를로 부온탬포 국장은 올 7월이 “역대 가장 뜨거운 7월이 될 것”이라며 “2024년은 올해 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엘니뇨 현상이 올해 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그 강도는 내년 통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엘니뇨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태풍이나 허리케인 강도가 더 강해지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 현상이 심화된다. 본격적인 엘니뇨 영향력으로 인해 지금같은 폭우·폭염·산불이 나타난 줄 알았다. 그런데 과학자들 말로는 아직 아니란다. 엘니뇨 현상에서 기인한 폭우, 폭염, 산불의 3재(三災) 세트는 아직 우리 북반구에 제대로 오지도 않은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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