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청년들을 붕가개로 만든 것은 선거관리위원회다. 2일 현재 선관위에 근무하는 고위 관료의 자녀들이 부모찬스로 선관위에 취업한 사례가 지난 2018년 이후 알려진 것만 6건으로 밝혀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해야 하는 선관위가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소쿠리’ 논란으로 오명을 떨치더니 “헌법 제97조에 따라 이번 의혹이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감사원 감사까지 거부하며 맞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청년들이 치른 국가자격시험 답안지가 채점을 앞두고 담당 공공기관 실수로 파쇄돼 6월 중 재시험을 치르는 황당 사고도 발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가 인수인계 과정에서 일부 답안지만 입고되는 누락 사고가 발생해 채점센터로 전달되지 않은 답안지들은 전부 파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고의 가치도 없이 말이다.
이번 시험 응시생은 609명.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취준생들이 공분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 부모찬스로 선관위에 안정된 일자리를 얻은 특혜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그것도 가장 공정해야 할 선관위에서 말이다.
선관위에서조차 부모의 손으로 자기 자녀를 채용하는데, 다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그 같은 부정 채용이 없다는 보장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응시를 말렸다던 부모가 직접 결제까지 해서 채용했다니 취준생 자녀를 둔 부모 억장이 이리 무너지는데, 취업 준비 중인 내 자식 남의 자식 할 것 없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온라인 세상이 펄펄 끓고 있다.
그러찮아도 최근 빌라,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의 열에 여덟, 아홉은 청년일 정도로 역전세난의 파고에 휩쓸린 대부분 피해자 역시 청년들이었다. 청년 급여가 평균 285만원일 때 그 부모 세대의 연금이 400만원이란 한 금융기관의 통계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평생 독립하기 힘든 세대, 단군 이래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만들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낭만적인 구절로 위로하기에 지금 청년들의 아픔은 너무나 절절하고 깊다. 다시는 공권력과 어른 세대 부주의로 상처 주지 말고, 다시는 부모찬스 같은 걸로 박탈감 주지 말기를. 왜 자꾸 청춘만 아파야 하는가? 그만 아프게 하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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