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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EU의 CBAM, 미국의 IRA에 이어 '자원 민족주의' 새 위기 요소 등장

박경아 기자 2023-05-04 06:00:00

칠레, 멕시코 등 리튬·니켈 주요 보유국 잇따라 해당 자원 '국유화'

당장은 기존 협약 등 해결...장기적으로 신규 공급처, 재활용 등 돌파구 찾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엔 총회가 지난 2015년 밀레니엄개발목표(MDGs, 2000년 시작)를 종료하고 인류의 보편적 문제, 지구환경 문제, 경제 문제 해결을 최고 목표로 삼는 지속가능발전계획(SDGs)을 선포한 이래 세계 각국은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하 IRA)이 발효돼 있다. 표면상 이유는 각각 지역 밖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탄소 발생률 관리, 팽배한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지만 그 이면에는 배터리 원료 수출에서 제조까지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견제란 공통점이 있다.

CBAM, IRA가 글로벌 공급망에 장애물로 작용하게 되면서 주요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리튬, 니켈 신규 공급처로 눈을 돌리고 가격도 급등하자 자국 보유 자원의 중요성에 눈을 뜬 리튬, 니켈 주요 보유국들이 속속 이들 자원의 국유화를 선언, ’자원 민족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CBAM, IRA란 허들 넘기에도 숨찬 우리 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리튬, 니켈을 확보해야 하는 또다른 도전이 주어진 것이다. 

◆'리튬 삼각지대' 둘러싼 자원 민족주의...니켈도 국유화 바람

3일 업계에 따르면 자원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한 핵심 광물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며 덩달아 수요가 늘고 있는 리튬, 니켈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리튬 수요는 2040년까지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핸드폰 등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내부 양극재에 니켈이 사용돼 리튬과 더불어 니켈 역시 핵심 광물이다.

자원 민족주의 기치를 높이 든 지역은 전 세계의 리튬 53%가 매장돼 ’리튬 삼각지대‘로도 불리는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삼국과 인접 국가들이다. 

볼리비아가 지난 2008년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지만 세계 시장이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사건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있었던 칠레 정부의 리튬 국유화 선언이다. 칠레는 세계 1위 리튬 매장국(920만t)이자 글로벌 리튬 생산량의 52%를 차지하는 호주에 이은 세계 2위 리튬 생산국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취임 전 대통령 유세 때부터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뉴스1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도 지난 1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기업들의 채굴권을 중단시켰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2%를 보유한 멕시코도 지난 2월 리튬 국유화 법안을 공포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를 중심으로 ‘리튬판 석유수출국기구(OPE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니켈도 몸값 올리기가 한창이다. 세계 니켈 생산 1위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원광(가공 전 광석) 수출을 막고 있다. 니켈 생산 2위 필리핀은 광석 수출에 최대 1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 쪽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니켈판 석유수출국기구(OPEC)’ 설립을 주장하는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의 리튬 국유화 발표를 계기로 세계 각국 자동차 업체들은 리튬 공급의 불안정, 가격 상승을 우려하며 수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는 칠레에 2억90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해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테슬라는 2020년 호주 피드몬트리튬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새로운 공급처 찾는 우리나라...폐배터리 활용, 혁신기술 개발 등으로 대처

우리나라 기업들도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새로운 공급처를 찾거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핵심 광물 사용량 감축 기술 개발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일단 칠레와 5년 이상 리튬 공급계약을 맺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칠레 광산개발기업 SQM과 2029년까지 5만5000t의 리튬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고 SK온 또한  SQM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만7000t을 공급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포스코그룹이 자원 민족주의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배터리 원료·소재 샘플과 원통형 배터리 [사진=포스코케미칼]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리튬) 호주(리튬·니켈) 인도네시아(니켈) 뉴칼레도니아(니켈) 등 수입원 다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동시에 포스코홀딩스는 폐배터리 재활용사업도 진행 중이다. 폴란드 2차전지 재활용 공장에서 리튬, 니켈을 포함한 블랙매스 연간 약 800t을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재영텍과 북미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는 각각 성일하이텍과 협력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25일 국내 이차전지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과 약 45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의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폐배터리 물량이 쏟아지면 재활용 시장은 2030년 약 60조원 규모로 확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국가 차원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12일 공식 방한한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재생에너지와 미래 산업 분야에서 적극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며 포르투갈과의 협력에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포르투갈은 EU 내 리튬 매장량 1위 국가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선도국인 한국과 협력할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장도 같은 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포르투갈 포럼에 참석해 포르투갈에 매장된 풍부한 리튬을 기반으로 배터리·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해 나아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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