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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후 변화로 침몰하는 세계의 도시들

박경아 편집위원 2023-06-01 06:00:00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지하수 남용 등으로 침몰 중

'비의 도시' 뉴욕, '물의 도시' 베니스서부터 자카르타, 방콕 등까지

해수면 아래 침몰할 날짜 '카운트 다운 중'

낭만적인 보트들이 오가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경. 이 보트들이 만들어내는 물살이 건축물에 손상을 입히고 홍수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2100년경 물에 잠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하나투어]


 기후 위기가 도시로 들어왔다.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는 물론 남태평양 섬까지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있다. 해수면 상승 이외에도 지반의 능력을 압도하는 인간이 만든 고층 건축물, 지하수 남용 등이 도시의 침몰을 부르고 있다. 

먼저 미국 뉴욕이 고층 빌딩들 무게로 인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지질조사국(USGS) 소속 지질학자 톰 파슨스 연구팀이 “뉴욕시가 매년 1~2mm씩 가라앉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 분야 전문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뉴욕의 침몰 원인으로 인간이 만든 건축물을 지목했다. 뉴욕 전역에 걸쳐 100만개 가량 건물의 전체 무게는 약 7억7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7만개에 해당하는 무게라고. 연구팀은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뉴욕의 수몰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을 둘러싼 해수면은 지난 1950년 이후 약 22cm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물의 도시’ 베니스가 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0여개 섬과 177개 운하, 391개 다리로 이루어진 베니스는 광장과 미술관, 오래된 성당 등 즐비한 볼거리로 매년 세계 각지의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지만 속으로는 지반 침하와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의 최악 시나리오는 베니스가 2100년경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상당수 건물들이 운하를 지나는 보트들이 만들어낸 너울에 손상되고 있다.

베니스에서는 관측 기록 100년 새 지난 1966년 수위 194cm를 기록한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이후 2019년 11월 두 번째로 큰 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조수의 최대 높이는 187cm. 베니스에서 일어난 과거 두 차례 대형 홍수 사이에 50년이 넘는 시차가 있지만 최근 들어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1923년부터 기록된 공식 수위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150cm를 넘은 것은 10여 차례이며, 그 중 5차례가 최근 3년간 집중 발생했다.

아시아에서는 지반 침식과 해수면 상승으로 고심하는 도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대표적이다. 자카르타는 지난 1949년 독립 이후 강 하구 퇴적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나며 도시가 형성된 곳으로, 상수도 보급률이 60%에 불과하다. 당초 저지대 도시인 데다 지하수마저 규제 없이 퍼 올리니 해마다 지반이 평균 7.5㎝씩 내려앉아 지금은 도시 면적의 40% 정도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상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자카르타는 2050년까지 북부지역 95%가 물속에 잠길 것으로 내다봤다. 바다에 접한 북부 자카르타는 지난 10년간 2.5m나 가라앉았다. 

자카르타 침몰의 또 다른 원인은 해수면 상승이다. 인도네시아학술원(LIPI) 등 현지 학자들은 2050년경, 해외 연구기관은 2030년경 바닷물이 도시 중심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늪지대였던 곳에 도시를 만든 태국 수도 방콕 역시 10년 뒤면 해수면 아래로 침몰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이 하루 250만㎥에 달하는 지하수를 뽑아 쓰면서 땅이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8층 이상 빌딩이 5000개 가까이 들어선 것도 약한 지반을 가라앉게 하고 있다. 현재 방콕 저지대는 해수면보다 불과 0.5m 높은 상태다.

한편 해저 침몰, 화산 폭발 등 각종 자연 재해로 어려움에 처한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정상이 우리나라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달 2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키리바시,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등 5개국 정상들은 이미 일부 섬이 침몰했거나(투발루 9개 섬 중 2개 침몰) 침몰 위기에 있는 국가들로 재건사업, 식수사업 등 개발 협력을 포함한 전반적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며 경제발전 노하우 공유를 희망했다.

미국 뉴욕시립대 애슐리 도슨 교수는 지난 2021년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저서(미국에서 2016년 발간) ‘극단의 도시들(EXTREME CITIES)’에서 “해안에 위치한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마이애미,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거대 도시 거의 전부, 전 세계적으로는 뭄바이, 광저우, 상하이, 호치민, 콜카타, 오사카, 알렉산드리아 등 해안 거대도시 다수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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