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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직접 들었습니다] 尹국정과제 '펫보험' 가입률 고작 1% …無가이드 정책에 진료비 부담만

신병근·지다혜 기자 2023-05-11 00:00:00

반려인 1500만 시대…"병원비 부르는 게 값"

政·보험업vs수의업계…활성화안 견해차 팽팽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펫보험 부문이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 소재 한 동물병원 내부의 모습 [사진=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이 1년 전 국민에게 공개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펫(pet·반려동물) 보험' 부문이 표류 중이다. 진료 항목과 진료비 표준화 여부를 놓고 정부 및 보험업계, 이에 맞선 수의업계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동안 1500만명에 육박한 반려인 등만 터지고 있는 셈이다. 

◆뿔난 1500만 반려인 "비싼 가격에 실효성 바닥 수준"

#1. 7년 차 반려인 김모(26·여)씨는 10일 만난 취재진에게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동물병원 진료비부터 제시했다. 최근 서울 도봉구 소재 한 병원에 방문했을 때 필수 검사만 받는데도 50여만원이 찍힌 진료비 청구서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후 다른 병원에 가서 같은 검사를 진행했지만 20만원이나 더 저렴한 값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며 분노했다.

김씨 반려견은 심장사상충 2기부터 갖은 질병이 있어 많은 치료과정이 필요했다. 매번 어느 병원이 진료비가 더 저렴한지 일일이 찾는 것도 번거로웠다. 

마침 정부가 추진한다는 펫보험 소식을 접한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평판부터 조회했다. 호평보다는 악평 일색인 게시판을 보자마자 인터넷 창을 닫은 김씨. 그는 "(펫보험 활성화는) 대통령 공약이라 들었는데, 여태 표준화된 진료비 가이드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2. 고양이 반려인, 일명 집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려인 홍모(31·여)씨 반려묘는 올해 초 골육종 제거 수술을 했다. 홍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적어도 15년을 같이 사는데 치료할 때마다 비용 부담이 크다"며 "진료비가 비싸다고 특별히 잘 봐주는 것도 아닌데, 매번 비교하면서 더 저렴한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탄식했다.

그는 관련 검사·수술·입원 과정에서 500만원이 들었던 사례를 들려주며 정부표 펫보험도 알아봤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 아니라는 비난도 쏟아냈다.

#3. 반려묘 3마리를 키우는 박모(60·여)씨는 모두 고령인 냥이(고양이 애칭)들의 장염·피부병·안질환 때문에 한달에만 수차례 병원을 찾는다. 

가격 부담을 호소한 박씨는 펫보험도 알아봤지만 터무니없는 보험료에 "차라리 애들이 아플 때 한 번에 100만~200만원 쓰는 게 오히려 낫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소 반려묘 건강관리를 하며 보험료가 합리적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보험업 "진료 표준화" vs 수의업 "공개안 악용 우려"

정부·보험업계와 수의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윤 대통령의 '맞춤형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반려동물 등록·간편한 보험금 청구 시스템 구축 추진' 공약은 사실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진료비 표준화를 기치로 세웠으나 수의사들은 진료비 공개 시 악용될 우려를 골자로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병원비 관련 마땅한 가이드라인조차 없기 때문에 비급여에 속한 반려동물 진료비 역시 천차만별이다. 작년 9월부터 금융위원회·농림축산식품부·보험연구원·손해보험협회·대한수의사회 등 기관 및 전문가가 참여한 '펫보험 활성화 테스크포스(TF)팀'이 가동 중이지만 여태껏 이렇다 할 성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겨우 1% 수준에 머무른 펫보험 가입률이 이를 방증한다. 반려인이 모인 상당수 온라인 사이트에는 펫보험을 둘러싼 비싼 가격 대비 실용성, 실제 체감도 등은 현격히 떨어진다는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업계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아직 펫보험 가입률이 낮고 반려동물 진료항목 표준화 및 등록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보험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위원장은 "펫보험이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보험사와 동물병원 간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도 "반려동물 등록 확대와 진료 표준화는 꼭 필요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연구원 측은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펫보험 상품 개발에 탄력을 받고 반려동물 진료비 경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수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가 더딘 이유를 자신들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고 진료기록을 공개하라는데 말이 안 된다"며 "동물은 사람처럼 건강보험이 없어서 비급여이기 때문에 동물병원들이 자율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병원 자체가 개인 사업 영역이다 보니 표준수가로 묶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 번식장에서 약을 구해 자가 진료를 함부로 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진료기록까지 공개하면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다 나오는데 그것을 악용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펫보험이 활성화되면 반려인들 진료비 부담이 줄어서 병원에 많이 올 텐데 굳이 수의사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근본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인은 인구의 30%인 1448만명, 전체 3~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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