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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가정의달 특집①] 韓 경제 '위험신호' 일하고 소비할 사람이 사라진다

성상영 기자 2023-05-02 10:00:00

출생아 1명당 든 세금 1억8000만원

노동시장 분절에 이어 '붕괴' 가속화

인구↓·내수↓·경기침체 '악순환' 빠져

노동력 부족·시장 축소…기업도 위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극도로 낮은 출산율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겹치면서 약 100년 뒤에는 2000만명도 채 안 되는 인구 소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적은 인구는 그만큼 물건을 사줄 소비자가 적다는 얘기면서 동시에 생산 활동을 할 노동력도 없다는 의미다. 시장 축소와 인력 감소는 기업에는 곧 재앙이다.

1일 통계청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신생아 1명이 태어나는 데 들어간 세금은 1억79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그해 투입된 저출산 관련 예산(46조6846억원)을 출생아 수(26만562명)로 나눈 값이다. 정부가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은 1명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다. 단순 계산으로 남녀 4쌍이 결혼해 태어나는 아이는 고작 3명에 불과하다. 현재 5140만명 수준인 인구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이들 부부가 5명은 더 낳아야 한다. 2030년 5000만명 붕괴, 2055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측은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시작된 노동시장 붕괴 시나리오

노동시장으로 시야를 좁혀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고용노동부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2030년까지 15세 이상 인구는 지금보다 134만4000명이 늘어나는 반면 범위를 15~64세 생산가능인구로 한정하면 320만2000명이 줄어든다. 이 차이만큼 65세 이상 고령 노동력이다. 활발하게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고령층 실업은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의 분화와 단절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영세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고용 구조는 한층 굳어져 서로 간 이동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들 간 임금, 근로조건, 복리후생 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취업자가 원하는 직장과 기업이 뽑고자 하는 인력의 '미스매치(불균형)'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414만2000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6.1% 증가한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165만1000원으로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규모로는 300인 이상 근로자 임금은 636만9000원으로 12.2% 증가한 데 반해 300인 미만 근로자 임금은 339만9000원으로 겨우 2.9% 올랐다.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노동시장 붕괴는 한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 규모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 경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5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0.5%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모든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투입했을 때 경제성장률이 몇%인지를 계산한 척도다. 현재는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반의 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구를 끌어올리고 노동시장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 한 수십년 뒤 한국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보다도 정체된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

◆기업은 인재 찾아 수도권으로, 해외로

인구 위기는 국민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기업에게도 경계 대상이다. 기업은 인구 5000만의 거대 시장을 하나 잃을 뿐더러 양질의 노동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기술 패권을 놓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으로서는 인재를 쉽게 확보할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SK와 LG 등 대기업은 최근 수도권에 연구개발(R&D)센터를 확장하거나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 강서구 마곡에 이어 경기 과천시에 R&D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SK그룹은 경기 부천시 9만9000㎡(약 3만평) 부지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조성하고 친환경 기술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HD현대는 지난해 성남 분당에 수소, 선박 자율운항 등을 연구하는 글로벌R&D센터를 열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삼성리서치 등도 모두 수도권에 있다.

지금은 수도권 쏠림으로 인재 수급을 해결하는 모양새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국가 첨단 전략 산업으로 지정된 반도체와 이차전지만 봐도 서울 주요 대학에 산학 협력 프로젝트로 개설한 계약학과가 신입생을 모집했지만 줄줄이 미달 사태를 맞았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현대차가 싱가포르에 새 R&D센터를 짓는 이면에는 '성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가겠다'는 의중이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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