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3분기(1~9월)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이들의 1~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5조557억원에 달했다. 고유가 기조에 힘입어 정제마진이 약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가 가장 치솟았던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평균값을 보면 △3월 110.93달러 △4월 102.82달러 △5월 108.16달러 △6월 113.27달러 △7월 103.14달러로 배럴당 100달러 선을 상회했다. 지난해 3월 초에는 배럴당 127.86달러까지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같은 기간 정제마진도 유가에 비례한 양상을 보였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수송, 운송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가 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 평균값은 배럴당 △3월 10.7달러 △4월 18.67달러 △5월 21달러 △6월 24.18달러 △7월 8.42달러를 기록했다.
4분기(10~12월)에 들어서자 호황이었던 분위기는 달라졌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니 국제 유가가 하락하며 정제마진 축소로 이어졌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 유가는 4분기에 평균 83달러로 급락하면서 정제마진도 배럴당 평균 10달러를 하회했다.
올 1분기에는 국제 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안정됐지만 또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3월 넷째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7.4달러였지만 일주일 뒤인 4월 첫째주엔 배럴당 84.7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12월까지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깜짝 감산'을 발표하면서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함께 올라 정유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같은 기간 정제마진은 급감했다. 3월 넷째주 배럴당 7.7달러를 기록했던 반면 4월 첫째주는 배럴당 5.3달러에 그쳤다. 업계에서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계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부진한 모습이다.
증권사에서는 서서히 회복할 줄 알았던 경기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정제마진이 당분간 상승세를 타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분기에도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래 석유 사업은 사이클을 타는데 현재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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