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부터 '수소발전 입찰 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를 행정 예고할 계획이다.
이번 고시 제정안은 지난해 12월 수소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 및 시행됨에 따라 동 법령에서 위임된 사항을 규정했다. 3개년(2023~2025) 입찰 시장 개설 물량과 연도별 구매자의 구매량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간 수소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전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 따라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거래됐다. 정부가 행정예고한 고시가 시행되는 경우 수소발전만으로 생산된 전력 거래 시장이 따로 열린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력 생산업체들이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을 개발해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을 통해 기술이 더 발달되면 발전 단가가 떨어져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소발전 비용이 줄어들어 전력 요금도 낮아질 수 있다.
그동안 업계는 수소발전만을 위한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수소발전은 소나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무탄소 발전원 중 하나다. 수소발전은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연료 비용이 들어 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려웠다. 기업 입장에서 '환경' 하나만을 생각하고 수소발전에 투자하기에는 비용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소발전을 RPS에서 분리함으로써 수소 사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이는 한편 업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사주기로 한 입찰 물량이 부족하고 △입찰 물량이 부족한 탓에 경쟁률은 높아져 진입 장벽은 높아지며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위한 과정까지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수소발전 물량은 연간 약 6000메가와트(MW)다. 정부는 이번 제정안으로 매년 1300기가와트시(GWh)씩 신규 입찰할 예정이다. 이를 연간 설비용량으로 따져보면 200MW 수준이다. 즉 정부가 구매해주기로 한 물량보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발전량이 30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진입장벽 관련 우려도 입찰과 연관돼있다. 입찰 시장에서 팔린 수소 발전량은 10~20년 가량 중장기 계약을 맺게 된다. 반대로 정부 입찰을 놓치는 경우 업체에서는 수십년간 기다려야 한다. 정부가 사주기로 한 발전용량이 적은 만큼 기업들은 입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수밖에 없다. 가격을 무리하게 낮춰서라도 정부 물량 확보를 노리는 과정에서 수익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 차원 입찰 시장 형성 정책이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 국내 주요 기업인 삼성·SK·LG부터 GS, 두산, LS 등은 경쟁적으로 수소 사업에 발뻗고 있다. 다만 정부 구상대로 오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과 도입 등 전 과정이 준비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제정안 시행으로 수소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업계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2023년 입찰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면 사업자는 2년간 안정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거나 투자를 받아 시설을 구축해 2025년분 수소발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오는 2028년이면 수소발전 누적 구매량이 14.7테라와트시(TWh)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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