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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제조업체 "노란봉투법 통과 땐 생태계 붕괴"…우려 확산

성상영 기자 2023-02-14 12:00:00

대한상의, 제조업체 대상 노조법 설문조사

10곳 중 9곳 "반대"…불법·생산차질 우려

분쟁 가능성 늘어나 공급망 흔들릴 수 있어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진행한 제조업체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이코노믹데일리] 제조업체 10곳 중 9곳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추진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파업에 기업이 방어할 수단이 제한되면서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4일 발표한 노조법 2·3조 개정안 관련 제조업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운데 88.6%가 노란봉투법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대한상의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대기업 98곳, 중소기업 104곳을 합쳐 제조업체 202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 기업 86.6%는 노조법이 개정되면 국내 산업 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중소기업이 생산한 원자재·부품을 대기업이 공급받아 완제품으로 제조하는 산업 특성상 어느 한 곳에서 극단적인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공급 사슬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야당이 입법을 주도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 파업으로 인해 사업장 또는 기업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 측이 노조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가압류를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회사가 노조 조합원 개인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걸어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안이 마련됐다.

노조법 개정안에는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사를 상대로 교섭이나 쟁의행위를 벌이는 것까지 허용하는 조항도 담겼다.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원청 사용자가 하청업체 노동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하청업체 노사관계 문제를 원청사까지 확장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대한상의는 "노란봉투법은 직접적인 근로 관계를 전제로 형성된 현행 노사관계법과 충돌할 뿐 아니라 불법을 합법으로 바꾸는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입법 이후 산업 현장은 단체교섭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놓고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동시에 불법 파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노조의 불법 행위가 만연해지고 생산 차질이 잇따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제조업체는 '빈번한 산업 현장 불법 행위(56.9%, 이하 복수응답)'와 '사업장 점거 만연으로 생산 차질 발생(56.9%)'을 법 개정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았다.

또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다면 원·하청 노조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사 간 분쟁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걱정거리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협력사·하청업체 노조가 대기업과 직접 교섭한다면 중소기업 독립성과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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