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불과 반년여 전 주유소 기름값은 운전자들 숨통을 조였다. "어? 어?"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평균 2000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나서 유류세를 더 줄인 뒤에야 겨우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유가 상승에 많은 운전자들은 결국 하이브리드차로 눈을 돌렸다. 2022년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실적이 전년(2021년)보다 14.3% 증가한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 E-TECH(이하 XM3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존재감이 높아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에 영향을 준 모델이다. 'E-테크'는 르노코리아 모회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내놓은 완전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으로 F1 기술이 담겼다. 르노는 완전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은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일본 도요타와 다른 독자 개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XM3 하이브리드에는 E-테크와 함께 르노코리아 국내 연구소 기술이 함께 들어갔다. 생산도 부산공장에서 한다.
XM3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10월 말 국내 출시 전후로 '수출 효자', '가성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실제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서울 일대와 자유로, 파주 등 150km 구간의 다양한 도로에서 직접 시승해보니 전기자동차(EV)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내연기관 모델과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모델이라 느껴졌다.
XM3 하이브리드는 쿠페형 SUV인 'XM3'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차체 크기는 가솔린 모델과 같다. 전장(길이) 4570mm, 전폭(너비) 1820mm, 전고(높이) 1570mm다. 쿠페형이라 높이가 낮은 편이지만 땅과 자동차 바닥이 닿는 거리는 186mm로 동급 대비 높다.
XM3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모델과 외관 디자인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앞뒤 범퍼 디자인은 르노가 자랑하는 F1 유전자를 담아 '건메탈 그레이(쥐색)' 색으로 칠했다. 사이드 미러와 루프, B필러(자동차 차체를 받치는 기둥 중 두 번째)는 유광 검정색으로 마감했다.
C자 모양 헤드램프(전조등)와 태풍의 눈을 의미하는 브랜드 로고는 이제 르노코리아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하이브리드 전용 색상으로 △일렉트릭 오렌지(주황색) △웨이브 블루(군청색)도 도입됐다.
실내는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계기판은 10.25인치 디지털로 배터리와 연비, 회생제동 상황 등 에너지 흐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조작에 따라 재생 중인 음악이나 내비게이션 안내를 포함한 현재 지도 등도 확인 가능했다. 센터페시아(운전석·조수석 중앙부 차량 제어 부분)에는 프랑스 제조사들이 즐겨 채택하는 피아노 건반 스타일 버튼이 유지됐다. 냉·난방 공조장치는 수동 컨트롤러가 들어가 조작성이 훌륭했다. 다만 시트 열선 및 통풍 조작은 디스플레이 터치 과정이 추가돼 다소 아쉬웠다.
센터페시아 중앙부에는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배치됐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타 제조사 대비 화면에서 제공되는 정보 양이 많고 내비게이션을 볼 때 편리해 만족스러웠다.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서비스인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무선으로 지원해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 르노코리아가 2021년 내놓은 차내 결제 기능 '인카페이먼트'를 통해 카페에서 편의점 등까지 손쉬운 주문과 결제가 가능했다.
르노코리아는 XM3 하이브리드 특징을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라고 소개했다. 실제 주행에서 XM3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내연기관 엔진 개입 없이 전기모터로만 출발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쳤다.
차량에는 86마력을 낼 수 있는 1.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구동모터, 시동모터 등 두 개 전기모터가 들어갔다. 구동 전기모터는 36kW(킬로와트), 시동모터는 15kW 출력으로 합하면 약 69마력이다. 합산 최고출력은 145마력, 최대토크는 15.1kgf·m다.
XM3 하이브리드에는 시속 50km 이하의 도심 환경에서 배터리 용량에 따라 전기차 모드로만 운행할 수 있는 'EV' 버튼이 탑재됐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회생제동이 이뤄져 배터리가 충전되는 'B모드'도 지원한다. 배터리 용량은 1.2kWh(킬로와트시)로 도요타 프리우스(1.3kWh)와 비슷하다. 따로 충전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엔진 가동이 시작되면 잔량이 찼다. 고속 주행 중에도 B모드를 활용해 극한의 연료 효율을 노릴 수도 있다.
시속 50km에 도달하고 난 뒤면 시동이 걸린다. 시속 80~100km에서는 모터보다 엔진 개입이 커지는 게 느껴지며 묵직했다. E-테크 구동계 특성상 추월을 위한 가속 시 엔진과 모터가 함께 속도를 올리고, 이후 안정적으로 고속에 진입하면 전기모터 가동이 멈추고 엔진만 작동된다. 저속 고속 구간에서 가속이 다소 더딘 감은 있지만 일반적인 준중형차 수준으로 느껴졌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후륜 서스펜션에 적용된 토션빔(현가장치)으로 인한 승차감 우려는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회사가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프랑스 브랜드인 만큼 스티어링 휠(운전대) 조작감도 좋았다.
XM3 하이브리드는 소위 '퍼포먼스' 모델은 아니다. 스포티한 주행, 속도감 등 운전 재미 측면보다는 도심 구간에서의 쾌적한 주행과 연료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신호가 많거나 정체가 나타나는 곳에서 전기차에 가까운 연비가 빛을 발했다. 차 성능 시험을 위해 시승 내내 연비 주행을 하지 않고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했지만 계기판에 나타나는 연비는 리터당 16km 초반을 기록했다. 르노코리아가 설명하는 XM3 하이브리드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7.0~17.4km다.
트림별로 큰 차이를 두지 않은 안전 및 편의사양도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전 트림에서 △정차 중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아도 차량을 멈추게 하는 '오토홀드'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이 적용됐다. 여기에 옵션을 더해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과 후방 교차 충돌 경보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도 쿠페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넓은 편에 속했다. 시트에는 옵션으로 열선과 뒷좌석 전용 USB 포트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서는 사이즈가 큰 487리터 적재공간도 실용적이었다. 트렁크가 요철 없이 평평해 물건 보관도 용이했다. 실내 자동 탈취 기능과 가솔린 미립자 필터를 장착한 미세먼지 배출 기능도 탑재돼 최근 악화된 국내 대기질을 감안할 때 고마울 따름이다.
한편 XM3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트림별로 △RE 3094만원 △인스파이어(INSPIRE) 3308만원 △인스파이어 e-시프터 333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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