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분 내외 짧은 영상인 '숏폼(Short-form)'이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르자 네이버와 카카오도 그 뒤를 따랐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과 미국 구글의 유튜브 '쇼츠'에 맞서 토종 플랫폼이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숏폼 콘텐츠를 늘리고 외연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숏폼의 원조인 틱톡은 재생 시간이 짧으면 15초, 길어야 10분인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선보이며 새로운 콘텐츠 소비 문화를 주도했다. 틱톡을 필두로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가 등장하며 짧은 영상 시대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네이버는 정보 '압축 전달', 카카오는 '수익화' 방점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 강점을 가진 서비스에 숏폼을 접목했다. 네이버는 쇼핑·뉴스 분야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압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부터 실시간 양방향 쇼핑 플랫폼 쇼핑라이브에 '맛보기 숏핑'을 도입했다. 본방송 시작 전 10분 내외 영상으로 짧고 굵게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판매자는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문답을 주고 받으며 빠르게 상품과 구매 조건 등을 설명한다. 맛보기 숏핑만으로 1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기업까지 나왔다. 네이버는 "짧은 호흡의 영상 콘텐츠를 커머스(상거래)와 연결하는 전략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도 짧아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부터 포털 첫 화면에 '1분 숏폼' 뉴스를 제공한다. 1분 내외 짧은 영상으로 사회, 경제, IT, 생활 등 이슈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스크롤을 통해 다음 영상으로 빠르게 넘겨 가며 뉴스를 볼 수 있다. 스포츠도 경기 전체를 보지 않고 주요 장면을 시청할 수 있어 이용자에게 호평을 얻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프로필 기능에 숏폼을 추가하는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톡 대화창의 공감 스티커 기능과 결합돼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뷰' 메뉴 안에 숏폼 서비스 일종인 '카카오 쇼츠'를 추가한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카카오톡에 숏폼 형식이 도입되면 콘텐츠가 늘어나 접속 빈도와 체류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한 발 앞서 지난해 8월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에 '오늘의 숏'이라는 짧은 영상 메뉴를 만들었다. 카카오가 2021년 12월 인수한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도 비슷한 서비스를 해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짧은 콘텐츠에 뛰어든 까닭은 수익성 개선과 접속 시간 증가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수분에 이르는 광고나 진부한 방식의 정보 전달로는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비스 이용 시간이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숏폼 경쟁은 앞으로도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숏츠만 3시간 봤어요"...숏폼 대세 이유 있었다
숏폼의 인기 비결은 단연 '재미'에 있다. 1분도 되지 않는 영상 특성상 제작자들은 핵심만 짚어서 전달하도록 내용을 짜고 이러한 강렬함이 2030세대를 숏폼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의 시대'가 길어질수록 숏폼 선호 현상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보화 시대인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나 문화 콘텐츠를 이끄는 이른바 'Z세대'는 인터넷 문화와 영상·사진 콘텐츠 소비에 익숙하다. 호흡이 긴 텍스트보다 영상을 즐기면서 핵심을 놓치고 싶어하지는 않는 성향이 강하다.
숏폼을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이용자 특성과 기기 환경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기를 가로로 눕히지 않더라도 세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화면을 위아래로 넘기기만 하면 보고 싶은 영상을 골라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을 꾸준히 추가했다. 또한 한두 차례 화면을 터치만 해도 재생과 일시 정지가 가능해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자체가 갖는 매력도 있다. 자동 재생 기능으로 짧은 콘텐츠가 무한 반복되면서 이용자가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영상 흐름을 끊는 중간 광고도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 종일 숏츠(유튜브 숏폼 콘텐츠)만 3~4시간 봤다"는 '인증' 글까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숏폼은 기업의 홍보 문화를 바꿔 놨다. 5분짜리 영상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 몇 시간에 걸친 촬영과 편집이 이어지지만 숏폼은 이러한 수고를 줄여준다. 이용자에게 얼마나 빠르고 재미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뿐이다. 인기 숏폼을 보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어렵지 않게 찍은 영상도 즐비하다. 즉,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숏폼의 인기는 효율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다. 하성호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가 복잡하고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수록 짧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인 숏폼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며 "많은 플랫폼 기업이 이미 확보한 소비자층은 계속 유지하면서 신규 유입을 늘리는 수단으로 숏폼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