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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다사다난했던 2022년...국내 완성차 5社의 '발자취'

심민현 기자 2022-12-22 00:00:00

현대차그룹, 전기차 '퍼스트무버' 도약

르쌍쉐, '전기차 개발' 등 과제...반등 초석 다지기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사 회사 로고[사진=각 사 제공]


[이코노믹데일리]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어느덧 저물어간다. 국내 완성차 5사는 올해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면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국내 완성차 1위 기업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기아)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세계적인 전기차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부상한 반면 이른바 '르쌍쉐(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자동차·한국지엠)'로 불리는 중견 완성차 3사는 전기차 개발에서 다소 뒤처지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르쌍쉐에게 아쉬운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쌍용차와 한국지엠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강점을 보이며 내년 반등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차량 출고 지연 사태는 올해도 완성차 5사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일부 차량은 차량 인도까지 약 20개월이 걸리는 등 고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평택공장의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등록차량 3대 중 1대는 수입차일 정도로 수입차가 보편화된 시대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존할 방법은 뼈를 깎는 혁신뿐이다.

본지는 현대차그룹과 르쌍쉐가 올해 어떤 혁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도약한 한 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완성차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 2022년은 전기차 리더로 자리를 굳힌 뜻 깊은 한 해였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로 도약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와 'EV6' 판매 호조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아이오닉 5는 올해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비롯해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을 휩쓸었다. 기아 EV6도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하며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을 입증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 시스템 구축을 통해 테슬라를 뛰어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25일 미국 조지아주(州)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1~6월)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가고 본격적인 테슬라 추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뉴스위크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 상을 수상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발전의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현대차 매출은 2020년 103조9976억원, 영업이익 2조3946억원에서 지난해에는 매출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2.3%에서 5.7%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올해도 2분기(4~6월) 분기 매출 35조9999억원, 영업이익 2조979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37조7054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 기조를 이어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뿐만 아니라 올해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톱3'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329만9000대를 판매했다. 도요타그룹(513만8000대)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을 맹추격하고 있다.

잘 나가는 현대차그룹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다. 시행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이다. 사실상 보조금 개념으로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의 미국 현지 판매가는 약 4만1000달러다. 미국 브랜드 포드 머스탱의 마하-E(Mach-E)가 약 4만6000달러인 것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IRA가 시행돼 포드차에 7500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포드차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가성비'를 앞세우는 현대차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강경대응에 나섰다. IRA 시행으로 회사 피해가 커지면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미국 정부에 엄포를 놓은 것이다.

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IRA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부터 미국 내 전기차 판매와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려야 공장이 완공됐을 때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며 "판매가 증가하지 않으면 공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진지하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정복해야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무버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백지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IRA 시행으로 입게 될 현대차그룹의 피해 규모에 따라 전기차 공장 건설 규모가 축소될 수 있음을 경고한 정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퍼스트무버 도약, 최대 실적 경신 등 그야말로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며 "2023년에는 IRA라는 거대한 벽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XM3 E-TECH 하이브리드[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쌍쉐, '전기차 개발' 등 과제 산적...희망은 보인다

르쌍쉐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바로 '전기차 개발'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거센 가운데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한 발 뒤처진 르쌍쉐 역시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에 주력하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올 가을 출시한 쿠페형 SUV 'XM3 E-Tech(이테크)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707대가 출고되며 회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르노코리아는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출시 전만 해도 2020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실적 부진 여파로 회사 존립을 걱정할 정도였다. 특히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판매 부진 여파로 본사에서 예산을 더욱 줄여 위기감이 증폭됐다.

르노코리아는 XM3 E-Tech 하이브리드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방한해 내년 및 내후년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와 함께 통큰 투자를 약속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며 "본사에서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내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토레스[사진=쌍용차]


수년간 경영 위기에 허덕였던 쌍용차는 올해 KG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으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월 출시된 신형 SUV '토레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쌍용차는 토레스 인기에 힘입어 11월 내수 전체 판매량 기준 6421대를 기록하며 르노코리아(5553대), 한국지엠(2057대)를 제치고 르쌍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쌍용차가 장기적으로 내수 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힌 상태다. 쌍용차가 현재까지 제대로 된 전기차를 출시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전기차 개발에 통큰 투자를 약속한 만큼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토레스 전기차 모델 'U100(프로젝트명)' 개발에 한창이다. U100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KG그룹과 잘 협의해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쉐보레 트래버스[사진=한국지엠]


르노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올해 판매 부진에 빠지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한국지엠은 '대형 SUV'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한국지엠은 쌍용차 토레스와 같은 '반짝 인기'는 없지만 내실 있는 대형 SUV '트래버스'와 '타호'가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내년 실적 반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지엠은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출시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GM의 핵심 수출 모델인 차세대 CUV 생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 초 창원과 부평공장에서 본격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대형 SUV와 차세대 CUV 양대산맥을 중심으로 내년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라며 "2023년은 한국지엠이 르쌍쉐의 선두주자로 비상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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