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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그룹, 공격적인 美 진출...전기차 '퍼스트 무버' 지위 굳힐까?

심민현 기자 2022-11-01 00:00:00

IRA 시행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美 현지 투자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 HMGMA 기공식 개최

현대모비스, 2030년까지 미국에 13억 달러 투자해 전동화 부품 공장 설립

글로벌 시장에서 2030년께 약 12% 수준 시장 점유율 달성 계획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이코노믹데일리]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완성차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현지 투자를 통해 전기차 '퍼스트 무버(선도자)'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명실상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하며 전 세계 전기차 판매 5위권에 진입했다.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미국 시장에서도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판매 호조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1~6월)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그룹 차원의 첫 공장인 HMGMA에선 현대차 전기차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도 생산된다.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거점 3곳은 서로 인접해 있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HMGMA는 같은 조지아 주에 있는 기아 미국생산법인과 약 420km, 앨라배마 주 현대차 미국생산법인과 약 510km 거리에 있다.

당초 미국 정부의 IRA 시행으로 인해 착공을 앞당기거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자동차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이다. 사실상 보조금 개념으로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IRA 개정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 IRA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독일 자동차 업체 BMW가 자신의 지역구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대한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IRA는 개정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함께하는 것이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경우 그레이엄 의원은 예산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한·미 경제인들도 IRA 관련 개정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개최한 '한·미 재계 회의' 총회에서 IRA 통과로 인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핵심 산업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미국 측 참석자들은 "미국 IRA로 인한 한국산 제품의 차별이 한·미 동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IRA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HMGMA 기공식 당시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와 파트너를 찾았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회장의 자신감은 현대모비스의 미국 대형 프로젝트 발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HMGMA 기공식에 발맞춰 2030년까지 미국에 13억 달러(1조8500억 원)를 투자해 전동화 부품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정 회장은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정복해야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과거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로 내부 갈등이 불거졌을 때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진출을 통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한 바 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신공장 HMGMA 조감도[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HMGMA 설립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2030년께 연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2030년 전기차 84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를 세워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는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해 HMGMA와 같은 시기인 2025년 양산에 본격 착수한다.

업계 관계자는 "IRA 시행 등 여러 장애물이 산적해있지만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현대차그룹이 퍼스트 무버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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