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오랜 부진 끝에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로노코리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이른바 '르쌍쉐'가 전기자동차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차량 출고 지연과 배터리 이슈 등으로 전기차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건 물론 올해 시행된 환경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로 상당한 액수의 벌금까지 물게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쌍쉐가 전기차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트위지와 조에를, 쌍용차는 코란도 이모션을, 한국지엠은 볼트EV와 볼트EUV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여러가지 걸림돌로 인해 제대로 된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르노코리아는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았던 전기차 조에를 지난 2020년 8월 국내에 출시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1~6월) 404대 판매에 그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현재 트위지는 해외 수출 물량에만 대응하고 있다.
쌍용차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이 배터리 공급 차질 문제로 사실상 생산 중단됐다.
쌍용차는 올해 초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다. 국내 사전 계약 물량이 3500대를 넘고, 유럽 시장에도 수출하는 등 반응이 괜찮았지만 배터리 공급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코란도 이모션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LG전자가 패키징해 쌍용차에 제공한다. 그러나 LG전자에서 배터리팩 설비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일원화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쌍용차는 LG전자와 배터리 수급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나 생산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 3500대 사전계약 물량 중 108대만이 출고됐다.
한국지엠도 전기차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야심차게 내놓은 볼트EV, 볼트EUV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가 배터리 문제로 출고 중단된 뒤 최근에야 차량 인도를 개시했다. 올해 상반기 볼트EV는 0대, 볼트EUV는 81대 판매되며 여전히 국내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국 쪽 리콜 물량이 해소되며 하반기 국내 판매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해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르쌍쉐는 올해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가 시행되면서 전체 판매량의 8%가량을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채워야 하지만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르쌍쉐의 올해 8월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은 1%를 넘지 못한다.
무공해차 보급목표제에 따르면 3년간 연 평균 판매 대수가 2만대 이상 완성차 기업의 경우 8%를, 10만 대 이상 판매를 하는 완성차 기업은 12%를 무공해차로 채워야한다.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완성차 기업에는 미달 대수 1대당 60만원의 벌금 성격의 기여금을 부과한다. 기여금 부과는 단계적으로 상승해 미달 대수 1대당 150만원, 300만원까지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르쌍쉐가 벌금까지 물게 되면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선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제도였다며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 중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열풍 속에 제도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