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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산업 뷰파인더] 산업계 동맥경화 부른 '안전운임제' 뭐길래

성상영 기자 2022-12-03 06:00:00

화물연대 차주들 '집단 운송 거부' 9일째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업계 출하 차질

화물차 최소 운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로 시행됐지만 실효성 논란 여전

지난 1일 오후 인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파업 관련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산업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편집자 주]

물류가 멈췄다. 시멘트 공장과 제철소에서는 물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완성된 자동차는 출고장에서 잠든 채 차주의 속만 태운다. 기름 탱크가 바닥을 드러난 주유소도 등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이란 이름으로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서면서 산업계가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2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 시행과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9일째 '파업' 중이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화물연대가 적용 범위 확대를 고수하며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업무개시명령' 발동 카드를 꺼냈고 곧이어 정부는 "운송 업무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아예 안전운임제를 폐기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놨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최저 운송료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2020년부터 3년 간 한시적 시행을 조건으로 도입됐다가 3년 더 시효를 연장해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는 효력이 사라진다. 또한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정됐다.

안전운임은 공익 대표위원 4명, 화주·운수사업자·화물차주 대표위원 각 3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해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공표한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올해 적용되는 안전운임을 전년(2021년) 대비 1.5~2.67% 인상한다고 고시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서 차량을 할부로 구매해 보유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입 형태로 명의만 빌려 운행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일반 노동자들과 달리 임금 개념이 없이 화주(운송 의뢰자)로부터 각 운송 건마다 운임을 받는다.

화물차주들은 개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화주와 비교해 운임 협상 능력이 떨어진다. 운임을 정하는 주체가 주로 화주라는 것이다. 운임은 수 년 동안 낮은 상태로 유지됐고 화물차주들은 한 탕이라도 더 뛰어서 돈을 벌려 하니 과속과 난폭운전, 과적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가 화물연대 측 주장이다.

이를 이유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법제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법으로 최저 운임을 정해 놓으면 화주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낮게 줄 수 없고 화물차주들은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화물 운송을 의뢰하는 화주들은 운송료가 인상돼 기업이 부담할 물류비가 증가하고 이는 생산자·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안전운임제가 정말로 화물차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오히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견인형 화물차(통칭 '트레일러') 사망자 수와 교통사고 건수 모두 늘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부 의뢰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견인형 화물차 사망자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 21명에서 지난해 30명으로 42.9% 늘었다. 사고 건수도 이 기간 690건에서 745건으로 8.0% 증가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견인형 화물차와 시멘트 운송차량 운전자 중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운행하는 비율이 각각 29.1%에서 1.4%, 50%에서 27.4%로 각각 줄었다고 맞섰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한 번 압박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안전운임제 효과에 대해 처음부터 꼼꼼하게 따져 보겠다며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이후 시멘트 운송량이 일부 회복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번 주말을 최대 고비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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