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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SK C&C 화재에 '배터리 포비아' 확산하나…업계 '주시'

성상영 기자 2022-10-25 08:15:21

'카카오 먹통' 부른 화재, 배터리서 시작

내부 결함인지 외부 요인인지는 불명확

업계선 배터리 안전성 논란 번질까 우려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 내부가 불에 탄 모습[사진=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며 일상이 멈췄다. 최초 발화 지점이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 내부에 있는 한 배터리로 확인되면서 '배터리 포비아(공포증)'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이 확보한 현장 CCTV 영상에는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일어나고 자동 소화 설비가 작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최초 발화점이 배터리긴 하지만 자체 결함에 따른 것인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조사 중이다. 경찰은 불이 난 배터리를 수거해 유관 기관과 원인 분석에 나섰다. 데이터센터에는 SK온에서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하 SK C&C 사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배터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 사장은 이날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났기 때문에 우리는 배터리 이슈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배터리를 조사당국에서 다 가져갔다"며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내부 요인으로 결론이 난다면 리튬이온 배터리와 이를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

SK C&C 데이터센터에는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설치돼 있었다. 이는 정전에 대비해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로 화재가 난 데이터센터에는 석유를 사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과 대용량 배터리로 예비 전력을 저장하는 ESS가 함께 쓰였다.

ESS용 배터리로는 납축전지와 리튬인산철, 리튬이온 배터리 등이 쓰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축전지보다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특히 한 번 화재가 발생해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지면 배터리가 완전히 탈 때까지 불길을 잡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열폭주 현상은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나누는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을 하는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지 않으면서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만 오갈 수 있게 한다. 양극과 음극이 맞닿으면 화재나 폭발이 발생한다.

ESS는 산업계 전반에 활용되는 추세다. 대규모 공장과 기업은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에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낮 시간대에 보조 전원으로 사용한다. 또한 탄소 감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ESS는 석유 발전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동시에 화재 위험성도 커졌다. 지난달에도 인천 동구 현대제철 공장에서 ESS 화재가 발생해 배터리와 건물이 전소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ESS 화재는 38건에 이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에도 깊숙이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기기는 물론 전기차에도 쓰인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화재 문제로 골치를 썩었다. 2017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폭발과 2020년 현대차 '코나' 전기차 화재가 대표적이다.

SK온은 지금까지는 화재와 관련한 문제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번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가슴을 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극한 상황에서도 화재 위험이 없는 배터리가 개발돼야 하고 화재 확산을 막는 기술이 고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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