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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女임원 많을수록 기업 가치↑" 韓기업에 남겨진 숙제는

문은주 기자 2022-04-15 04:00:00
[데일리동방]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신용 등급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가 기업 경쟁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신용 등급도 높아진다"라며 "반대로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기업은 주가 등의 실적이 저조했다"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여성 인력의 능력이 남성보다 우수하다기보다는, 정책 설정과 자산 감독 등 회사의 비즈니스 운영에서 이사회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얼마나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투자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2년 북미·유럽 소재 기업의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9%로, 2020년 대비 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기업 중 이사회 내 여성 비율도 2020년 22%에서 올해 27%로 늘었다. 무디스 측은 "여성 임원이 제시하는 다양한 의견이 기업 지배 구조를 좋은 방향으로 지원한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도 최근 사외이사에 여성 전문가를 선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강정혜 서울시립대 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환경법, 회사법, 금융법 등 법률 및 환경 분야의 전문가로서 회사의 ESG경영 실행력을 높이는 한편, 경영 전반에 걸친 자문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동국제강도 올해 신임 사외이사로 박진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1972년생인 박 교수는 동국제강 첫 여성 임원이다. 삼성전기 수석 연구원과 연세대 공학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기술 분야 전문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이지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한 데 이어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여성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여성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한 데는 지배구조 개선 등 ESG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부터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만큼 기업 차원의 체질 개선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남성 중심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운영하는 기업이 대다수인 데다 그나마 선임된 여성 사내외이사 대부분은 학계 전문가에 한정돼 있어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 산업계는 중후장대를 앞세운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돼온 탓에 어쩔 수 없이 남성 중심의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최근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CEO가 등장하는 등 변화가 시작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인식 개선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다양성을 갖추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기업에서 올해 첫 여성이사로 선임된 전문가들. 왼쪽부터 강정혜 서울시립대 교수(LG디스플레이), 박진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동국제강), 이지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현대중공업지주) [사진=데일리동방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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