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에게는 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상시 인원 50인 이상이거나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공사현장부터 적용하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4년 1월부터 적용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산업계는 관련 법안이 처벌 대상,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대응책 마련이 더욱 어렵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7%는 시행일까지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의무사항 이해 어려움’(40.2%)이 가장 컸으며 이어 △전담인력 부족(35%)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0%) 순이었다.
중소기업계는 법안의 모호함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해방지대책 수립 등과 같은 의무사항이 있긴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또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도 명확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예산으로 어느 규모의 안전 전담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대부분은 적극적인 대응 대신 추이를 관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는 처벌 만능주의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중대재해 문제를 기업과 경영자 처벌로 해결하겠다는 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대표 공백으로 인한 경영 타격이 큰데 대표를 처벌하겠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기업이나 공장 운영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앞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엄청난 소모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4일 간담회를 개최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가능한 조항을 신설해달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태희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징역 하한 등 형사처벌이 강한 법임에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지적하는 객관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본부장은 “입법 보완이 시급하며, 최소한 정부 컨설팅 등을 활용해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는 중소기업은 의무이행 노력에 대한 적극적 인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오늘 "입법 보완없이 법률이 시행됐고, 정부가 마련한 해설서 또한 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총은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나,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 준수를 위해 큰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 처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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