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계 관계자는 “창업주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그룹을 키워냈다면, 그다음 세대의 임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는 경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유학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영 감각을 익힌 뒤, 회사로 들어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파 출신들은 경영 수업을 통해 오너 경영의 장점은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해외 선진 경영을 접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시급한 분야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4조31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6%에 불과하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은 오랫동안 과거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도전보다는 현재의 시장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컸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이 같은 흐름 때문인지 최근에는 조기 해외 유학도 늘고 있다. 3세까지는 대학부터 해외 유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4세부터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유학을 하러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생활 노출이 적은 해외로 유학을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교육을 마치고 귀국해 경영 수업을 받는 오너 일가 자녀들은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후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합류했으며 2014년 부사장, 202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6월, 단독 대표이사로 등극하며 3세 시대를 본격화했다.
유 대표는 파격적으로 라디오 광고 목소리 출연을 강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도 라디오를 듣다 보면 유유제약 광고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광고 속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유 대표의 목소리다.
고 허용 창업주의 손자이자, 허강 회장의 장남인 1981년생 삼일제약 허승범 대표도 트리니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3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 이듬해 9월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18년 부회장에 올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 대표는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보스턴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1972년생인 임 대표는 보스턴대 졸업 후 2005년 북경 한미약품 대표이사, 한미홀딩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삼아제약은 고 허유 창업주와 2세 허억 명예회장에 이어 3세인 허준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71년생인 허 대표는 영국 브래드퍼드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9년부터 허준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허준 대표의 동생인 허미애 이사가 합류해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허미애 대표 역시 컬럼비아대 버나드 경제학과 및 국제대학원 석사 출신이며 2005년 5월 삼아제약에 입사해 개발팀 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오너 3세인 정유석 일양약품 부사장도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팀 과장으로 입사해 재경·해외 사업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14년 전무 자리에 올랐으며, 4년 만인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외에 창업주 고 남상옥 회장의 손자인 국제약품 남태훈 대표, 창업주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인 현대약품 이상준 사장 등도 해외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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