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 플랫폼인 잡플래닛에서 제약회사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공통되는 키워드를 볼 수 있다. 바로 술과 군대문화다.
사실 모든 제약회사의 문제는 아니지만 여전히 다수의 문제인 것은 맞다. 특히 대부분의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이 연공서열을 강조하고 보수적이면서 수직적인 구시대적 업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인사권과 예산집행 등을 영업본부장이 쥐고 있기에 이들에게 잘보여야 승진도 빠르고 예산도 더 타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부 정치가 치열하다. 밖에서는 경쟁업체와 싸우고, 안에서는 경쟁자와 싸운다. 그 과정에 술과 군대문화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포함된다.
절차와 보고가 강조되고, 업무강도가 너무 세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D제약 한 영업사원은 “처음엔 초봉보고 친구들이 부러워했는데, 그만큼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12시간 넘게 일을 해도 집에 갈 땐 늘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최근 보수적인 문화와 높은 업무 강도 대신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워라밸에 집중하자는 바람이 제약업계도 조금씩 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제약사는 아직도 조회를 이유로 아침 7시에 직원들을 본사에 소집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또 실적이 전부인 조직이기에 리베이트 유혹도 끊이지 않는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적발된다.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범법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리베이트 제공업체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5년간 제약사 32곳의 759개 품목이 불법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곳의 제약사가 행정처분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일부 제약사들이 의원급 거래처를 대상으로 활발한 리베이트 영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압박으로 리베이트 영업 유혹이 많겠지만, 걸릴 경우 회사에서는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 버릴 것”이라며 “오히려 비대면 영업이 가능한 지금을 리베이트 근절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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