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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의 독설(督說)] 이재용 사면론에 응호하는 댓글이 많은 이유

김성욱 기자 2021-04-20 10:28:01

정치권, ‘기업가=범죄 유발자’ 인식 조장

자산규모 규제로 ‘피터팬 증후군’ 앓는 기업

이재용 사면 요청에 정치권 질타 댓글 많아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 주인공 A씨 아버지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악질 대기업 오너인 B씨의 ‘갑질’로 회사가 망했다. A씨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관련 업계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B씨 기업과 경쟁을 하게 된다. B씨는 A씨를 무너트리기 위해 온갖 악질을 서슴지 않는다. A씨의 B씨의 방해로 최악의 순간까지 가지만 결국 이겨냈다. 악질 기업 B씨는 법의 심판을 받고 반성하게 된다.

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 내용입니다. 하지만 어느 특정 드라마 얘기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이런 식의 전개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사랑과 연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나 기업을 중심으로 한 권모술수를 다룬 드라마나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오너가의 일탈행위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이러한 TV 드라마를 완전 거짓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업가, 특히 대기업 오너에 대한 인식이 TV 드라마를 통해 표현된 셈이죠.

하지만 정말 대기업은 오너와 그 일가의 부를 쌓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의 무리’로만 봐야할까요.

60~70년대 경제부흥을 위해 기업들이 노력했다는 얘기를 한다면 ‘라떼’ 얘기는 하지 말자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경제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는 등 시대가 바뀌고 기업도 바뀌었는데,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과거나 현재나 동일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정치인권에서 과거의 시각만 갖고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기업가=범죄 유발자’라는 인식을 오히려 더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도 법으로 기업을 ‘규제’만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부의 ‘공정경제 3법’을 기업들은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릅니다. 정치권을 공정을 외치고 있는데 기업은 규제라고 말합니다. 대그룹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같은 말을 합니다.

매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기업을 규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내부거래를 규제합니다. 물론 총수 일가의 배만 불리는 것을 막는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이 법이 도입된 것은 1986년입니다. 당시 대그룹들은 상호출자 등을 통해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을 하던 시기입니다. 한 개 기업으로 인해 그룹 전체가 연쇄부도를 일으킬 수도 있는 무리수를 둔 지배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당연히 규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단순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산 5조원이 넘으면 수많은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가 5조원을 넘어 크지 않기를 바라는 ‘피터팬 증후군’ 기업인도 많다고 합니다.

공정위가 기업의 총수를 지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현재 GS그룹 총수는 허태수 회장입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정한 동일인은 허창수 GS건설 회장입니다. 효성그룹 회장은 조현준 회장이지만 공정위의 동일인은 조석래 명예회장입니다. 올해 자산 5조원이 넘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인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80% 가까운 의결권을 가진 공고한 1인 지배 체제입니다. 하지만 김 의장 국적이 미국이어서 공정위는 총수 없는 동일인으로 지정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론의 문제로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동일인 지정은 대기업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알아서’ 결정합니다. 공정위가 지정한 동일인이 활동이 불가능할 때만 바꿔줍니다. 쿠팡의 동일인 지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공정위에 기준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같이 자산 규모로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에서는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사진=데일리동방]

정치권과 달리 일반 시민들에게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개선된 것 같습니다.

최근 오규석 부산시 기장군수는 물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장에 나서는 삼성전자에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이유입니다. 특히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이나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했습니다.

과거 대기업 총수의 사면 또는 가석방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 부회장의 사면 관련 기사에는 호응하는 댓글이 훨씬 많습니다. 과거의 인식에 따르면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부정적 댓글이 훨씬 많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이 부회장인 국정농단의 참여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인식도 사면론에 힘을 싣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특히 대통령의 사실상 협박에 기업인이 응하지 않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2020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 수는 16개에서 14개로, 매출은 9094억달러에서 8004억달러로 감소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인도 순방 당시 한・인도 경제인들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며 “한국 정부는 기업 활동에서 겪는 어려운 사항에 대해 항상 청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엄해야 하지만 과거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색안경’은 벗어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호소를 듣고 해소해 준 정부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김성욱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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