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이다. 만기는 1년6개월물(600억원), 2년물(800억뤈), 3년물(600억원)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한다.
대한항공이 공모채 시장을 찾는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3개월만이다. 당시에는 1000억원 모집에 1360억원이 몰리면서 미매각 악몽에서 벗어났다. 앞서 2019년에는 항공업 부진 여파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두 차례 연속 부진을 기록하는 등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이유 중 하나로는 경영권 분쟁이 꼽힌다. 3자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지속 확보하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 2일 3자연합은 한진칼 주식 공동 보유 계약 종료로 상호간 특별 관계가 해소됐다고 공시했다. 예고됐던 경영권 분쟁 종식이 공식화된 것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 종료가 역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 등 지원으로 지난달 33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관건은 투심이다. 대한항공 회사채는 리테일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신용등급이 낮은 만큼 금리메리트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리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대한항공이 조달한 자금은 지난 2019년 발행한 영구채(2000억원) 상환에 쓰일 전망이다. 영구채 발행금리는 5.1%지만 조기상환일(5월 17일) 이후에는 2.5%포인트 금리가 가산돼 시간이 지나면 이자부담이 가중된다.
즉 이번 대한항공 회사채 발행은 투자자에게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자부담이 축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정적’ 등급전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대규모 자금투입으로 재무구조는 개선이 되겠지만 수익성 회복은 그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올 들어 두산인프라코어 등 BBB급 흥행 성공 배경에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다만 이번 수요예측은 유증 효과 등으로 충분한 소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영업흑자를 기록해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자본 확충과 동시에 이자부담 경감 등으로 재무부담이 축소될 것”이라며 “단기물 위주로 구성돼 있어 물량을 소화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은 하이일드채권 수요를 축소시킬 우려가 있지만 현재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어 관련 펀드들이 베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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