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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K-라면, 코로나 팬데믹에도 펄펄 끓었다

강지수 기자 2020-11-24 05:00:00

'기생충' 이후 짜파게티+너구리 매출 78% 증가

美 검색량도 급증세…오스카 직후 2월이 절정

불닭볶음면·신라면 등 'K-매운맛'도 인기 꾸준

[사진=농심 제공]


[데일리동방] 한국 라면이 3분기에도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 라면 수출이 10월 말 기준으로 5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2015년 2억1900만 달러에서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3분기 국내 라면 3사 농심·삼양·오뚜기의 해외 실적도 모두 상승했다. 농심 해외 법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상승했고, 해외 법인이 없어 라면을 수출하고 있는 삼양은 수출 매출액이 968억원으로 42% 상승했다. 오뚜기 해외 매출도 13% 이상 성장하면서 총매출 비중의 10%를 넘어섰다.
 
농심은 미국에서 높은 성장을 나타냈다. 농심의 국가별 매출 비중은 한국(75.8%), 미국(13.1%), 중국(7.5%), 일본(2.3%), 호주(1.1%), 베트남(0.3%) 순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법인의 3분기 누적 매출은 3억2600만 달러(약 361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성장했다.
 
삼양식품의 3분기 해외 매출 또한 작년보다 41% 성장했다.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미국 매출이 140% 증가하면서 특히 급성장했다. 코스트코 등 주류 마켓에 '불닭볶음면' 등 주요 라면 제품을 입점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 짜파구리가 촉발한 관심 '매운 라면' 인기로
 
지난 2월 오스카상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해외에 '짜파구리' 열풍을 일으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짜파구리가 전세계인들에게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농심 라면뿐만 아니라 한국 식품 전반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출을 견인하는 사실상의 일등공신은 매운 라면이었다. 상반기 농심 '신라면' 미국 매출은 4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났다. 같은 기간 너구리와 짜파게티의 합산 매출도 작년보다 76% 늘어났지만, 금액은 1250만 달러로 신라면 매출의 26%에 그쳤다.
 
농심은 3분기 미국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이 큰 인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신라면 고급 브랜드 신라면블랙은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의 전 세계 'BEST 11'라면 중 1위에 선정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삼양식품 불닭브랜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삼양식품 수출에서 불닭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6%에 달한다. 3분기 미국 수출액 가운데서는 약 70%다. 불닭볶음면은 지난 2016년 매운 라면에 도전하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특성상 아시아계 마켓에서만 주로 유통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핵심 채널인 코스트코 등 주류 마켓에 입점을 시작하면서 1년 새 매출이 140%까지 증가했다.
 

특정 단어의 구글 검색량을 알아볼 수 있는 구글트렌드로 최근 12개월 미국 검색 빈도를 알아본 결과. [사진=강지수 기자]
 

매운 라면에 대한 관심은 구글에서 일정 기간 특정 단어가 얼마나 많이 검색됐는지를 보여주는 구글트렌드 지표로도 알 수 있다. 짜파구리의 영문 표기법인 'jjapaguri'의 지난 12개월 간 미국 검색량은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 작품상을 수상한 지난 2월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라면의 영문 표기법인 'Shin Ramyun'과 'Shin Ramen' 검색량은 2월 이후에도 비교적 꾸준한 수치를 나타냈다.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의 영문 표기법 'Buldak' 검색량은 더욱 눈에 띄었다. 'Buldak' 검색 빈도는 지난 1월 17에서 오스카 직후인 2월 45까지 성장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8월 정점을 찍었다. 특히 연관검색어로 미국 한인마트인 'H-mart'와 매운맛 척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Scoville scale)'가 올라 마트를 방문해 한국 라면을 보고 매운맛 지수를 검색해 보는 미국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 오뚜기, 아쉬운 해외 성적
 

[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는 'K-라면' 열풍에서 다소 뒤처졌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3% 성장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지만 해외 법인은 1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성장세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뚜기는 60여 개국에 라면을 비롯해 케첩, 카레 등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해외 매출이 한인에게서 나와 한계가 있는 상태다. 경쟁사가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달리 대표 브랜드의 힘이 비교적 약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오뚜기 해외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3%다. 농심과 삼양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다. 다만 K-푸드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 발판을 얻게 된 만큼 향후 해외 진출에 더욱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 관계자는 "각국 거래선과 협의하며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먼저 진출한 국가 전역에 촘촘한 판매망을 구축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활발한 오프라인 행사를 펼치며 외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K-라면' 내년에도 웃을까
 
올해 라면 판매량 증가에 코로나19 기저 효과가 있었던 만큼 이듬해에 대한 전망도 다양하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농심 보고서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 아닌 한국 라면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외 외식 비중이 다시 증가하면서 이듬해에는 라면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과 중국의 가공식품과 라면 수요가 올해 대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각사는 내년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에 바쁘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건립 부지를 변경해 미국 수요를 안정적으로 다질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각국 주류 마켓에 입점하는 데 주력하면서 한인뿐만 아니라 미국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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