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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혁신 강조한 재계 큰 별 이건희, 글로벌 1등 삼성 일궜다

김성훈 기자 2020-10-25 15:47:41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별세...향년 78세

평생 쇄신·혁신 강조..미래위한 인재경영 중시

 

[삼성 제공]

[데일리동방] 평생 쇄신과 혁신을 강조하며 한국 경제와 재계에 큰 획을 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지난 2014년 5월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지 6년 5개월 만이다.

고인은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이병철 회장과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 번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이후 경남 의령 친가에서 자라다 1947년 서울로 올라왔고, 1953년 고 이병철 회장의 명으로 일본 유학을 떠났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자퇴하고 부친의 모교인 일본 와세다대학 상학부에 재입학했고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년 서울대 응용미술과에 재학 중이던 홍라희 여사와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1987년 이병철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2대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길러온 혜안으로 반도체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지금의 글로벌 삼성을 만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1등 기업 삼성’의 주역

고인은 취임 후 1988년 3월 ‘제2창업 선언’을 통해 “오는 90년대까지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같은 해 반도체사업에서 처음으로 흑자를 내며 초일류기업 삼성의 초석을 놓았다.

반도체는 고인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병철 창업주가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를 결정하면서 반도체사업에 진출하도록 설득한 것도 이건희 전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후 반도체 연구개발단지를 세우는 등 삼성그룹 반도체 사업 기반 확립을 진두 지휘했다.

1990년대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공격적으로 반도체 분야를 키웠다. 이후 세계 최고 성능의 고용량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낸드플래시 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 전 회장 리더십의 산물이었다.

반도체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한 산업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업체만도 140여곳이며, 2·3차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는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절대 1류는 안돼요. 농담이 아니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이 유명한 말은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인이 삼성그룹 임원들을 모아 놓고 한 선언이다. 이 전 회장은 이어진 발언을 통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말했다.

“앞으로 세상에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질 것입니다. 개성화로 갈 것입니다. 자기 개성의 상품화, 디자인화, 인간공학을 개발해서 성능이고 품질이고는 이제 생산기술이 다 비슷해질 것입니다. 앞으로는 개성을 어떻게 하느냐,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품질경영, 디자인경영에 집중하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품질경영을 강조한 이 전 회장의 사례로 ‘애니콜 화형식’이있다. 1995년 애니콜 휴대폰에서 불량률이 10%를 넘자 이 전 회장은 애니콜 제품을 임직원 앞에서 전량 불태웠다. 이후 2009년 지펠 냉장고 폭발사고가 났을 때에도 이 전 회장은 크게 화를 내며 냉장고 21만대를 모두 리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있던 이 전 회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이처럼 강경한 경영 태도 덕에 1987년 1조원이던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12년 390조원대로 40배 성장했고, 총자산은 500조원에 달했다. 2006년에는 세계 TV시장에서 굴지의 선두였던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을 따라잡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현재 삼성이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품목만 20여개에 달한다.
 

[삼성 제공]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 먹여 살린다"

이 전 회장이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이다. 고인의 인재경영에 대한 생각은 다음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차세대 수익 사업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해결책은 알고 있다. 바로 5년, 10년 뒤 미래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 인재를 뽑으면 된다.”

이 전 회장의 자신의 이러한 신념대로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299명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며 조직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더해 모든 임직원이 7시에 출근해 4시에 최근하는 7-4제 도입도 시도하기도 했다.

고인은 인재경영의 일환으로서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중요시했다. “삼성의 협력업체도 바로 삼성 가족입니다. 그들에게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어 회사와 협력업체가 하나의 공동체이며, 한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참된 공존공영을 이룩하는 것 또한 인간 중시 경영의 하나라고 저는 믿습니다.”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과 쇄신으로 삼성그룹과 한국 경제를 세계적인 지위에 올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성과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0년 안에 삼성이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진다"며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버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의약품 등 신사업 분야도 이 전 회장의 대규모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위대하신 창업주를 여읜 슬픔을 딛고 일어나 삼성의 새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창업주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다"라는 본인의 다짐을 지켜낸 이건희 회장. 이제 이 말은 삼성의 새역사를 써내려가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 가슴에 담아야 하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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