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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코로나 9개월, 4대 그룹 4대 키워드①]스토리텔링, 사회와 소통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김동현 기자 2020-09-29 02:29:00

최태원, 각 계열사 CEO별 성공 스토리 만들어야

4대그룹 총수, 현장경영 통해 '도전' '변화' 요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SKMS 개정선포식에 참석해 개정취지와 핵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 제공]

[데일리동방]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으로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재계는 미래를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총수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잦은 현장경영 행보를 보였다. 그들의 발언과 행보로 보여주는 키워드 중심으로 4대 그룹이 위기 극복 방법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새로운 시대 우리가 키워가야 할 기업가치는 재무성과·배당정책 등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나 유·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각 계열사 CEO들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독자적인 성장스토리를 만들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화두를 꺼내 ‘성장스토리’가 재계 전반에 화제가 됐다.

기업의 절대적 목표인 영속성을 단순히 재무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진화를 고객과 투자자 등에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적 스토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기업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스토리’는 SK그룹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변화’, ‘소통’, ‘도전’ 등 다양한 이름으로 중요시 다루고 있는 문제다.

◆변화의 스토리를 요구하는 총수들

최태원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딥체인지라는 경영철학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설명하고 전파해왔다. 최 회장의 카리스마도 친숙하고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 회장은 추석을 앞둔 지난 22일 이메일로 전달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를 딥체이지(근본적 변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낯설고 거친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 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히 올해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에서 강조하는 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다.
이 부회장은 현장방문을 통해 “시간이 많지 않아 때를 놓치면 안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이 이 같은 발언 바탕에는 코로나19는 물론 미중 갈등 등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악재 속에 낙오되지 않기 위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 부회장 지난 7월 삼성전자 온양 사업장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로드맵을 점검하면서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고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지난 2018년 취임 때부터 혁신을 강조해 왔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개방, 소통, 도전의 문화를 정착시켜 LG의 혁신 문화를 이끌어 달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혁신을 위한 현장경영의 핵심은 구 회장 취임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건립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 내에서 혁신과 소통을 위한 다양한 메시지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이곳을 방문해 “실패를 두려워 말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인공지능(AI) 같은 혁신기술을 앞서 준비해달라”고 강조했다.

◆소통으로 100년 기업 만들어가는 젊은 총수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그룹 총수자리에 올랐다. 그 이후 제계는 “LG가 변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 가장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LG그룹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는 등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LG 기업문화도 변화가 나타났다. 구 회장은 취임 후 LG전자 등 일부 계열사에서는 청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캐주얼 데이’ 시행이 확대됐다. 가장 기본인 복장에서부터 격식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 1층에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33층에 ‘다락(多樂)’을 만들었다. 이곳은 모두 직급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창의적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 구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양재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 제공]

‘CEO가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 역시 소통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최 회장은 계열사 사옥 내 구내식당을 일주일 1회 이상 문을 닫으라고 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본사 주변 음식점을 돕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직원들에게 ‘번개 회식’을 제안하고 직접 참여해 직원과 음식점주를 독려했다. 그룹 총수가 직접 직원들과 소통함은 물론 기업이 주변과 소통이 필요함을 강조한 행보다. 이외에도 SK스포츠단 선수와 감독,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 담당자들, 해외 주재 구성원과 화상 채팅을 갖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강화하며 격려한 바 있다.

꾸준히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9일 삼성디지털프라자 대치점을 방문했다. 당초 이날 일정은 삼성전자 세트부문 사장단과 전략회의였다. 삼성디지털프라자 방문은 회의 직후 예고 없이 이러진 일이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프리미엄 가전 체험 공간인 ‘데이코 하우스’ 빌트인 가전과 마이크로 LED TV ‘더월’ 등을 살펴봤다. 회사 측이 만든 정형적인 틀을 벗어난 현장의 실질적인 모습을 보기 위한 이 부회장이 만든 스토리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이곳 직원들은 이 부회장 일행을 일반 소비자로 알았다고 한다.
 

지난 6월 충북 청주 오창 LG화학 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부회장도 직원들에게 ‘스타트업 창업가’ 같은 자세를 강조하며 스스로도 수평적 소통을 하겠다고 말한다.

정 부회장이 ‘군대문화’로 상징되는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경직된 조직으로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모빌리티 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자율복장을 도입했다. 하지만 올 초 신년회에 정 부회장은 정장을 입고 나섰다. 정 부회장은 “여러분처럼 편하게 입고 오면 좋은데 대한상의 신년회가 있어 이렇게 왔다”며 “각자 목적대로 입은 것이니 제 복장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장경영을 통한 협력사들과의 소통 강화라는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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