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T는 지난달 28일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현재 SKT가 보유한 자사주는 761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9.42%다. 이번 결정으로 약 2.5%를 추가 확보해 총 12%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 목적은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그러나 소각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SKT 자사주 매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번 자사주 매입을 가치제고로 볼 수 없는 이유다.
◆SK, C&C 합병 전에도 자사주 매입 후 소각
SKT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인적분할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회사(가칭 SKT홀딩스)는 자사주 보유수만큼 사업회사(SKT) 신주를 배정 받게 된다. 단순 분할만으로 자본을 늘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2년 내 지주회사 전환요건(상장자회사 지분 20% 이상 의무보유)을 갖추기 위해 2년 동안 유예기간을 갖는다. 통상 이 기간에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끌어올린다. 이 때 투자회사 가치는 지주사 특성상 낮아지게 되고 사업회사는 높아지게 된다. 두 회사 간 차익거래 기회가 생기면서 주가 괴리율은 더욱 커진다.
최종적으로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SKT홀딩스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일명 ‘자사주 마법 나비효과’다.
자사주 신탁계약은 1년(2021년 8월 27일까지)이지만 실제 체결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SKT는 SK브로드밴드, ADT캡스, 원스토어, 웨이브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자회사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오르기 전에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을 선제적으로 마무리해야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이 오히려 사업 환경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배구조 개편 속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SKT 자사주 매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력(SK와 SKT홀딩스 합병)을 높이는데 주 목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과거 SK C&C와 SK 합병 전에도 SK는 자사주를 사들였고 이후 소각을 통해 최 회장 지분율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SK와 SKT홀딩스 합병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SKT 인적분할은 SKT홀딩스 저평가로 이어지는 반면 SK는 자회사 SK바이오랜드 IPO 대성공에 힘입어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SKT가 인적분할을 시작으로 SK와 합병까지 순항한다면 SK그룹은 사세 확장을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경되면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SK가 직접 인수한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도 SK하이닉스 산하에 편입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SK는 투자재원을 마련하게 되고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지난해 말 SK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T 중심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하면 박정호 SKT 사장도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박 사장은 SKT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6만6504주를 보유하고 있다. 행사기간은 ‘2019년 3월 25일~2022년 3월 24일’(기간1), ‘2020년 3월 25일~2023년 3월 24일’(기간2), ‘2021년 3월 25일~2024년 3월 24일’(기간3)이다.
기준 행사가격은 24만6750원이며 ‘기간2’는 기준 행사가격의 8% 할증, ‘기간3’은 ‘기간2’에 적용된 행사가격에 8%가 할증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빨리 마무리해 기업가치를 높일수록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많아진다. 시장에서 박 사장이 SKT 자회사 상장과 중간지주 전환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 SKT를 둘러싼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며 “지난해만 하더라도 해당 사안을 논할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고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SK바이오팜 상장으로 인적분할에 무게가 실리고 SKT 자회사들은 코로나19 이슈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자사주는 최대주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해 카카오와 지분스왑을 단행하는 등 타 기업과 협업을 통한 가치제고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