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1대 국회는 코로나19 감염 사태 여파로 인한 경제·산업구조 재편, 사회안전망 구축 등 시대적 과제와도 맞물리면서 입법 활동을 위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대한 공부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21대 국회는 초선 의원들의 비율이 높은데다 향후 대선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여야 정책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어서 여야 의원들의 다양한 연구모임은 당내 세력 키우기와 어젠다 셋팅, 정책 발굴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 '더좋은미래' '민평련' '경국지모', 거대여당 최대 계파 모임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21대 국회 들어 몸집을 크게 불리면서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 2014년 민주당 초·재선 의원 22명으로 시작한 더좋은미래는 홍정민·한준호 등 새로 입성한 초선의원 26명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현역의원만 51명에 달하는 ‘초슈퍼 모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동권 출신인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과 ‘GT(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핵심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지난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 네 명 중 우원식·우상호·이인영 의원이 모두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대표는 진선미 의원이 맡고 있다. 진보성향이 강한 더좋은미래는 당내 권력과 주요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99년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재야 운동권 인사들이 발족해 2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도 19명의 당선인을 신규 영입해 40명에 이르는 ‘거대 공부 모임’이 됐다. 선출직이 아닌 회원까지 합하면 700여 명에 달한다. 설훈, 우원식, 이인영, 인재근, 신동근, 기동민, 김영진, 홍익표, 허영 의원 등이 주축이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도 이 모임 출신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만큼 민평련은 당내 권력 재편과 입법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일례로 이번에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여성 부의장이 선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민평련의 힘이 컸다.
당초 설훈·이상민·변재일·안민석 의원 등이 국회 부의장 후보군으로 저마다 도전 의사를 갖고 있었다. 고 김근태 전 의장의 부인이자 민평련의 수장인 인재근 의원이 '이번에는 국회 부의장은 여성으로 추대해야 한다'며 김상희 의원을 국회 부의장으로 적극 추천, '교통정리'에 나섰다고 한다.
의장, 부의장 2명이 모두 충청 출신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박완주 의원이 나서서 충청 출신 선배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김상희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3선의 박홍근 의원도 팔을 걷어 부쳤다. 이처럼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움직여 최초 여성 국회 부의장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 민주당 내 민평련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평련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19시대 177석 더불어민주당에 바란다'를 주제로 릴레이 초청간담회를 열고 있다. 민생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온 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당내 민생연석회의인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경제 공부모임은 ‘경국지모’다.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줄인 말로 20대 국회 때 경제전문가인 최운열 전 의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경제전문가를 초빙해 토론을 하는 등의 수업으로 진행된다. 21대 국회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송영길·김두관·이광재 의원이 함께 하는 이색 모임도 주목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長) 또는 주요 직책을 역임한 여당 소속 국회의원과 현직 기초단체장 등 총 63명이 참여하는 `자치와 균형`이다. 여당에서 현직 의원과 지자체장 간 정책 연구·협의를 위한 별도 모임을 결성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모임의 주요 목표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실현, 중앙·지방정부 및 시민 간 협력 거버넌스, 국회·당·지자체 간 협력을 위한 정책 개발이다.
이들 대권 잠룡들은 각자 공부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낙연 의원은 의원 시절부터 줄곧 해오던 이낙연공부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4선의 송영길 의원은 기후변화와 그린뉴딜연구를 위한 모임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의원은 '우후죽순' 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비가 온 뒤 여러 개의 죽순이 한꺼번에 땅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의 정책 아이디어가 샘솟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같이 작명했다고 한다.
모임은 경제·외교 등 각 분야의 현안을 바탕으로 입법 정책을 발굴하는 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광재·한병도 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통합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오기형·양향자 민주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연구책임의원을 맡기로 했다. '새로운 미래와 한국 경제, 사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 與 전문가그룹 초·재선의원들, ‘한국판 뉴딜’ ‘디지털 경제’ 주력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출신 의원들이 함께 뭉친 ‘국회 디지털경제미래연구포럼’도 눈길을 끌고 있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과 카카오뱅크 사장 출신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핵심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 등 IT업체들의 대표급 임원과 의원들 사이에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뉴딜 등 새로운 주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초선 의원들의 멘토인 박주민 의원은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초선 의원들과 '일하고소통하는국회모임'을 만들었다.
◇ 통합당, 똘똘 뭉친 ’경제통‘ 초선들…당 정책 핵심으로 우뚝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핵심 조직으로 주목받는 경제혁신위원회는 ‘경제통’ 초선 의원들이 다수 포진했다. 위원장은 초선 윤희숙 의원이 맡았고, 경제혁신위원장 산하 3개 소위에는 역시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출신인 이영 의원과 한국금융연구원장 출신 윤창현 의원이 키를 쥐었다.
경제혁신위가 내건 슬로건은 '함께하는·역동적인·지속가능한 경제'다. 경제혁신위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실질적인 당 싱크탱크로 역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경제관료, 기업 출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이 때문에 초선 의원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연구모임들도 속속 생겨나 당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비례대표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명불허전 보수다’는 ‘보자 수요일 다 같이’라는 뜻으로 수요일 아침마다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가자’라는 의미의 초선 모임 ‘초심만리’는 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또 정치와 정당, 정책 개혁을 목표로 삼은 초·재선 의원 모임인 '삼정개혁'과 수도권 출마자들 모임인 '젊은미래당' 등이 활동하고 있다. 정희용 통합당 의원은 가칭 '74모임'(70년대생 40대 국회의원 모임)을 출범시키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년배 의원들과 접촉 중이다.
◇‘경제엔 여야가 없다’ 여야 의원 공동 모임도 눈길
여야 ‘경제통’이 모인 ‘전환기 한국경제포럼’은 여야 싱크탱크 원장을 지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통합당 의원이 손을 잡았다. 여기에 중소기업 전문가인 김경만 민주당 의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송언석 통합당 의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만든 ‘국민미래포럼’도 눈길을 끈다. 통합당에서는 유의동 황보승희 김병욱 김웅 정동만 윤희숙 의원 등이 참여하기로 했고, 국민의당에서는 권은희 최연숙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두 당의 이름을 합친 모임으로 야권 통합의 첫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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