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ESG

삼성 준법위가 꺼낸 ‘익명 신고‘, 이재용 위기서 구할까

이범종 기자 2020-03-08 11:10:00

자체 누리집 열고 익명 신고 받기로

특검 법관 기피 신청 했지만 가능성 낮아

‘준법노력과 감형’ 순기능 인정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꺼내든 ‘익명 신고’ 카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감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특검의 법관 기피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낮은 반면 재판 재개 시 준법위 활동 평가가 양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준법위는 5일 세 번째 회의를 마치고 빠르면 다음 주 자체 누리집을 연다고 밝혔다. 준법위 관계자는 “누구나 신고 및 제보가 가능하다“며 “특히 제보자 익명성 보호를 위해 익명 신고 시스템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 신고 체계는 준법위 활동 경과를 알리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준법위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 경위를 누리집에 게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익명 신고에도 적용된다. 신고는 당사자가 원할 경우 실명으로도 할 수 있다. 준법위 관계자는 “현재 10명 규모인 사무국 직원들이 모든 신고 내용을 살필 것“이라며 “터무니 없는 내용이나 인신공격은 제외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향후 이 부회장 재판에서 유리한 정상(양형 판단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 뇌물죄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 고등법원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권력자 뇌물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법’을 요구해왔다. 준법위 활동을 평가해 양형 반영 여부를 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반발한 특검이 지난 24일 법원에 재판장 기피를 신청했지만 인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고등법원 형사사건의 법관 제척·기피·회피 신청 26건 가운데 인용은 1건에 불과했다. 지방법원도 225건이 신청됐지만 인용은 단 2건에 그쳤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관이 사건 관계자와 직접 문자를 주고받던 사례처럼 확실한 문제가 밝혀져야 인용될 수 있다“며 “특검의 법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법관 기피 신청이 항고와 재항고 끝에 기각될 경우 사건은 다시 정 부장판사가 맡게 된다. 다만 재판부가 기존 방침대로 준법위 평가를 위한 전문 심리위원 지정을 재개할 경우 특검은 비협조로 저항할 수 있다. 향후 재판에서 유불리를 따진 뒤 마지못해 심리위원 추천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다.

준법위는 재판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준법위 측은 3차 회의 직후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 진행 등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위원회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준법위 탄생 배경과 재판부의 기대를 볼 때 이번 익명 신고 체계가 총수 양형에 미칠 영향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관 기피 사건이 길어질수록 정 부장판사가 준법위 익명 신고 조사 활동을 지켜볼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법관 기피 사건은 해당 재판부가 소속된 법원 내 다른 재판부가 심리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6월 신청한 법관 기피 신청은 항고 재항고를 거쳐 지난달 기각됐다. 이 부회장 사건도 같은 과정을 밟을 경우 준법위가 재판 재개 전까지 활동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 확보된 셈이다.

학계에서는 감형을 컴플라이언스(기업 준법 노력) 순기능이자 동기부여로 인정하는 정공법이 진정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컴플라이언스 & 윤리 전공 주임교수는 “향후 감독 당국과 사법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준법위가 기업 준법 노력과 보상이라는 컴플라이언스 본래 기능의 한 축을 만들어 간다면 의심 대신 박수 받는 삼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