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 체결 기준 695억원에서 가격이 조정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전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던 탓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구조조정 신호탄을 쐈다. 업계 1위를 지키려는 의지와 경영위기에 직면한 이스타항공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제주항공은 여객점유율 확대와 LCC 운영 효율 극대화를 목표에 두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주요 LCC(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중 인당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하위권(각각 5위)이다. 제주항공 인당 매출액은 이스타항공보다 한단계(4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인당 순이익은 LCC 중 1위로 운영 효율성 등 경쟁사를 압도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단기가에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등이 유일한 대안책처럼 보인다. 제주항공 강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이스타항공은 총 23대 B737을 활용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37개 국제노선에 취항 중이다. 제주항공과 상당 수 중첩(동아시아 82개 노선)되며 같은 기종으로 구성돼 있다. 마케팅 비용 절감, 정비 효율화 등을 통해 실적 부진을 일부 만회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운수권(중국 6개 노선 주 27회)과 슬롯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현 상황 고려시 해당 자산을 통한 이익창출은 어려워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본업을 확대하는 거래로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것”이라며 “LCC 중 운영 노하우가 가장 뛰어나다는 점에서 비용절감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던 상황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저가 매수’를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2000억원 규모 현금과 단기금융자산을 보유 중이다. 올해 업계 부진을 감안하면 15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인수에 따른 큰 부담은 없지만 이스타항공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유상증자 등을 감안하면 방심할 수 없다.
비용절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애경그룹 추가 지원 가능성도 점쳐진다. 회사채 등 각종 크레딧 라인을 통해 전방위 자금을 끌어들이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인수합병(M&A)에서 사용되는 피인수 대상을 담보로 한 LBO(Leveraged Boyout)방식은 어려워 보인다. 이스타항공 재무악화는 물론 비상장사로 발행할 수 있는 증권 종류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만약 이스타항공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들인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설득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결국 애경그룹 차원 자금조달 구조를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조달 비용은 늘겠지만 금리 하락 기조 등 상대적으로 우호적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항공업 재편이 종료되는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제주항공이 보여줄 시장점유율과 원가경쟁력은 단연 압도적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팬데믹(대유행) 공포로 그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문제다. 사람 심리 회복을 먼저 기다려야 하는 탓이다.
항공업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실천하는 중”이라며 “현업 종사자들도 현재보다 나쁜 환경이 있을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은 외교 문제가 아닌 ‘생명 위협’ 문제로 느껴지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회복 시기가 상당히 느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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