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재계의 ‘백기사’하면 ‘KCC’가 꼽힌다. 혈연관계의 범현대가뿐만 아니라 삼성 등을 품어 우호세력으로 나섰다. KCC의 ‘재계의 백기사’ 타이틀에 대해 시장은 피를 나눈 기업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정몽진 KCC 회장의 탁월한 투자 안목이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한다.
▲피를 나눈 형제 ‘현대家’
KCC가 백기사로 발 벗고 나서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범현대가를 꼽을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KCC=범현대가 백기사’라고 알려져 있다. 정몽진 KCC 회장의 아버지 정상영 명예회장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막냇동생으로 현대가와 KCC는 피를 나눈 관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범현대가 소속의 한라그룹도 KCC의 도움을 받았다.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사촌 관계다.
KCC의 한라그룹에 대한 지원의 시작은 2008년 만도 컨소시엄에 참가한 것이다. 당시 KCC는 정몽원 회장(9.93%), 한라건설(26.63%), H&Q(11.99%)와 함께 29.99%를 투자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만도를 되찾았다.
2012년에는 한라건설 미분양 이슈로 한라건설이 부도 직전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이때 KCC는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가해 409만8360주를 인수해 정몽원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2015년에는 ㈜한라가 내놓은 한라홀딩스 지분 86만1611주를 다우기술과 함께 각각 4%, 3.9%씩 인수했다. 만도의 인적분할 후 한라홀딩스는 한라마이스터를 흡수 합병했고, 한라 홀딩스와 ㈜한라 간의 상호출자를 해소해야 했다. 이때 정몽원 회장과 ㈜한라 등 특수관계인의 한라홀딩스 지분율은 30.98%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이에 KCC는 다시 한번 백기사로 나섰으며 올해 9월 말 기준 KCC는 한라 9.53%, 한라홀딩스 4.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6.44%, 현대건설기계 4.16%, HDC현대산업개발 2.37%, 현대종합상사 12%,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12%가 있다.
▲전략적 투자, 삼바 분식회계 실마리?
전 사례를 통틀어 백기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KCC가 꼽힌다. 당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가진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어트는 이들의 합병이 주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이때 KCC는 삼성물산 자사주 지분 5.76%를 모두 매입하고 “삼성물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통한 전략적 제휴”라고 밝히면서 백기사를 인정했다. KCC는 1대주주인 국민연금과 함께 합병을 찬성했다.
다만 현재 KCC는 이때 던진 찬성표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검찰이 지난 9월 23일 KCC와 국민연금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우호 지분 투자를 결정한 회의록을 통해 의사 결정과정을 확인하겠단 조치다. 현재 KCC는 삼성물산의 지분 8.97%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만 방어? 수익성도 짭짤
정몽진 회장은 2011년 7700억원 규모의 제일모직(당시 삼성애버랜드) 지분을 매입했고 이후 제일모직이 상장한 뒤 2조원대의 투자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0년에는 현대중공업과 만도, 현대자동차 등에 투자한 후 수천억원의 이익을 봤다. 이에 KCC가 단순 혈연만은 이유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KCC는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 주식 249만주를 팔아 6972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만도 지분을 6370억원, 현대차 지분은 2397억원에 매각했다. 시장은 가족관계에서 지원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데 반해 큰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알짜로 알려져 정몽진 회장의 투자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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