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대백화점그룹 정기 사장단 인사 내용에 따르면 김 사장은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김 신임 대표는 1960년생으로 국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백화점 목동점장, 상품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대표는 현대백화점이 2012년 한섬을 인수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투입됐다가 2013년부터 대표를 맡아 패션사업의 경영능력을 뽐냈다. ‘노세일, 고급화’ 전략으로 타임과 시스템 등 고급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주력해 성과를 냈다.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할 때가지만 해도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매출이 감소했지만 한섬은 세일이나 중저가 브랜드 출시로 당장의 매출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과감히 안 팔리는 브랜드는 쳐내고 타임, 시스템, 마인 등 고급 브랜드에 집중했다.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패션업계 불황에도 한섬 매출은 2013년 4626억원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며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한섬은 올해 3분기에도 국내 패션 대기업 3사 중 홀로 실적 성장에 성공했다. 한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1.1% 증가한 24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은 영업손실 150억원, LF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1.6% 급감하면서 46억원에 그쳤다.
소비 양극화 영향으로 패션시장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SPA 브랜드와 럭셔리브랜드로 양극화되면서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다져둔 한섬 브랜드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김 대표는 판매실적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주 생산자, MD와 미팅에 참석해 2주 단위로 판매실적을 전년 흐름과 비교하고 상품 소진율 및 전년 대비 판매율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패션에 일가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섬을 맡고부터 패션기업 수장으로 본인의 패션과 스타일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한섬 브랜드 타임옴므의 양복을 멋지게 소화하기 위해 다이어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현대백화점 경영진 교체가 백화점 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86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6% 급감했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두자리수 성장을 이룬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백화점은 e커머스 공세 속에 신규사업인 면세점사업이 아직 초기단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상품군을 개편하고 아울렛과 면세점 등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게 현대백화점의 당면과제로 꼽힌다.
그는 당장 아울렛과 면세점 등 신규사업을 안착시켜야한다. 아울렛은 내년 6월 대전과 11월 남양주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할 예정이며, 2021년 1월에는 여의도 파크원도 개점한다. 면세점의 경우 최근 동대문 두타면세점에 2호점 오픈을 위해 시내면세점 입찰에 단독 참여해 규모의 경제효과와 흑자전환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동안 50년대생 경영진이 오랜 관록과 경륜을 통해 회사의 성장과 사업 안정화를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경영 트렌드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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