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총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별로는 5년물 15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 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0.15~+0.15%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 사업안정성 우수…정유 의존도 및 수익성 하락은 부담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4사 가운데 4위 업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내수시장점유율(경질유) 22.5%, 국내 주유소 점유율 19.3% 등 국내시장 경쟁력은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값싼 잔사유를 휘발유·경유 등 고가의 경질유로 재생산하는 고도화설비 비중은 40.6%로 국내 정유업계 중에서 가장 높다.
사업구조도 합작투자를 통해 석유화학(현대코스모·현대케미칼), 윤활기유(현대쉘베이스오일), 유류보관(현대오일터미널), 카본블랙제조(현대OCI) 등 비정유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아직 정유사업에 대한 수익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0조4607억원 가운데 정유부문이 83.4%(8조7232억원)를 차지했다. 석유화학(15.6%)을 제외하면 나머지 유류보관·카본블랙제조 등의 매출 기여도는 각각 1%가 채 되지 않는다.
현대쉘베이스오일(윤활유)와 현대코스모(석유화학)는 관계기업으로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 두 회사는 같은기간 매출 4305억원, 1조462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이 하락세다.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익성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정제마진은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업 의존도가 높은 현대오일뱅크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여기에 일부 파라자일렌(PX) 설비 가동중단에 따라 혼합자일렌(MX) 스프레드도 줄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정유부문(2024억원)은 61%, 석유화학부문(310억원)은 51% 각각 감소했다.
신용평가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효과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수익성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증설 효과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약세가 이어지고 정제마진이 안정화되면서 제한적인 수준에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금리 기조에 장기채 발행 잇따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에도 공모채를 발행했다. 당시 창사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10년물 회사채에서도 흥행을 거뒀다. 이 같은 자신감을 이어가 이번에는 5년물, 7년물, 10년물 등 아예 만기구조를 장기채로만 제시했다.
최근 신용등급 AA급 우량 기업들이 장기채 조달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루브리컨츠(AA0)를 비롯해 호텔롯데(AA), 롯데쇼핑(AA) 등이 모두 10년물 회사채 조달에 성공했다. SK텔레콤(AAA)은 지난 7월 민간 기업 최초로 30년물 회사채 발행까지 성공시킨 바 있다.
우량 기업들이 장기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금리 부담이 작아서다. 미국 금리인하에 이어 이달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측에선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적기인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저금리 속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우량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어 수요·공급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차장은 "현재 금리가 낮아 기업 측에서는 장기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용이하다"며 "한국은행에서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낮추고나면 그 이후 시장금리는 다시 상승할 수 있는 만큼 현 시점이 자금조달에 유리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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