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불거진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와 관련, 은행의 판매 및 소비자 피해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독일국채 금리 방향을 알기 위해선 유럽 경제상황, 영국 브렉시트, 국제 금융시장 금리 현황을 알아야 한다"며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이런 내용들을 다 판단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실적에 급급한 은행원들도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팔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은행 직원들은 고위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생금융상품은 소비자가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이런 복잡한 상품을 가장 쉽게 판매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DLF·DLS 사태를 낳은 핵심 원인이다.
그는 "금융공학 해외상품을 그대로 베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우리 금융사들은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판매하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원이 상품을 선택했으니 은행장에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최고 책임자로서 이익을 많이 내라고 경영목표를 주니 불량상품을 판매한 것인 만큼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남희 대표는 "분명 과거 사례에 교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또 시장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 대책을 제시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도록 금융사들을 미리 대비시키지 못한 잘못도 있다"며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소비자에 앞서 금융사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대표는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 되돌아 보도록 금융사에 대한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판매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 형태 판매행위의 꼼수도 지적했다. 그는 "공모펀드 형식으로 판매했다면 관리가 잘 됐겠지만 사모형태이다 보니 관리에 더욱 소홀했을 것"이라며 "10년 이상이 걸리더라도 판매 시스템과 인력을 제대로 갖추기 전에는 은행의 위험상품 판매 행위 자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남희 원장은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년가량 근무했으며 2012년부터 금융소비자원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거래로부터 불이익이나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상담과 조언,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고 중재해주는 소비자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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