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한국을 27개국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정령(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소재 포토레지스트(감광액·PR), 불화수소(불산·HF),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고 화이트리스트 제외 법령 개정안도 고시했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일본 출장길에 올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말 2분기 실적발표를 한 두 회사는 반도체 밑바탕 부품인 웨이퍼 감산을 두고 엇갈린 선택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웨이퍼 감산 방침을 밝힌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발표했다.
웨이퍼 감산에 대한 두 회사 방침이 다른 이유는 일본의 무역 규제 영향이 3분기까지는 미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무역 보복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초 업계에선 두 회사의 부품 재고를 약 석달치로 예상했다. 웨이퍼가 공장에 투입되어 나오기까지 약 3달이 걸리는 점을 볼때 3분기까지는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관측이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7월 1일 상황이 당장 생산라인에 영향 줄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있었지만 진짜 판가름은 4분기부터”라며 “(이번 실적 발표는) 기존 사이클과 수요 공급 균형, 가격 하락 등 기존 산업 문제를 다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반도체 부품 감산 계획은 시기상 무역 규제와 맞물렸을 뿐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어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웨이퍼 감산 여부는 각 사별 3분기 제품 수요 공급 균형에 맞춰져 있다 보니 당시 예측하기 힘든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부는 계산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기존 20나노급 D램을 10나노급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일본 규제보다는 공정기술 발전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생산되는 비트 용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결정으로 직격탄은 4분기에 날아온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이상 웨이퍼 감산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제품 생산 불능 단계로 치달을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할 경우 산업 전분야에 장기적인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생산량 급감이 수출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휴대폰과 컴퓨터, 가전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에 연쇄적인 부품 대란이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 테스트 관련 장비와 실리콘(화합물) 웨이퍼 등으로 제재가 확대되면 정상적인 생산활동과 공장 건설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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