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5일 낸드 제품에 웨이퍼 사용량을 줄인다며 감산 체제 돌입을 발표했다. 감산 규모는 기존 생산량(CAPA)의 15%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품목 재고를 적극 확보하는 한편 공급자 다변화와 공정 투입 사용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본의 무역 제재 품목 3개 중 반도체에 쓰이는 소재는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다. 현재 국내 에칭가스 기술이 재조명되고 정부 역시 소재 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당장 일본이 소재 수출 금지에 나설 경우 장기적인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다.
반도체 소재 특성상 원료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도 문제다. 반도체회사가 기존 업체로부터 공급받던 소재와 다른 원료를 사용하려면 검증과 최적화, 상용화 단계를 다시 밟아야 한다. 먼저 해당 소재로 인한 제품 오염 등 문제 확인을 몇 달간 이어가야 한다. 이후 기술자들의 시험과 양산 전 시험 생산에 필요한 시간은 수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
물론 조건에 따라 이 과정은 3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질을 끌어올려 신뢰를 이어가려면 시간이 걸리는 쪽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감산 자체를 일본 무역규제에 따른 대응책과 곧바로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1100여개에 이르는 품목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유력한 추가 규제부품이 SK가 감산을 발표한 웨이퍼다.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들 때 피자의 도우처럼 바탕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의 웨이퍼 감산을 반도체 생산량 저하로 볼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있다. 회사가 이전부터 밝혀온 미세공정 개발로 기존 20나노급 D램을 10나노급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생산되는 비트 용량 자체가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어서다. 낸드플래시도 하반기부터 96단 4D 비중을 늘린다.
이 때문에 웨이퍼 투입 감소는 미세공정 발전에 따른 변화임과 동시에 일본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맞물리게 됐다.
향후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당장은 반도체 가격이 뛸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제품이 필요한 고객사는 떠나게 된다. 한 번 놓친 고객사는 붙잡기 힘들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제품 가격이 오른다 해도 생산량이 낮으면 문 닫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최소 필요 가동률을 60~70%로 본다. 반도체 생산량 급감은 가전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전방산업에 연쇄적인 부품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수입에 의존하는 80%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2.0%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이달 3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그 사이 일본의 추가 규제 여부가 향후 계획 발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