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9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투자수요가 600억원에 그쳤다. 모집액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로 '미매각' 됐다. 불과 3개월 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당시 투자수요가 4890억원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우선 대한항공이 처한 부정적인 재무·사업 여건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내년 3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 4조3690억원 대비 현금성 자산은 1조2960억원(29.7%)에 그쳐 차입금 규모가 과중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출도 정체돼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송량이 감소하며 화물운송부문의 가동률과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BBB급에 대해 시장의 우려도 높아졌다. 투자자들이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비우량채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진(BBB+)도 지난 12일 1000억원 규모의 모집액 가운데 수요는 610억원에 그쳐 지난해 9월 두산중공업 이후 10개월 만에 공모 회사채시장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AJ네트웍스(BBB+)도 지난 16일 간신히 미매각을 면하며 비우량채에 대한 기피현상이 반복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BBB급이 고금리 매력을 앞세워 자금조달 흥행을 이어가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번 수요예측 미달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공모채 '총액인수' 조건에 따라 차환자금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총액인수 조건은 주관사에서 사전에 공모채를 사들여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이번 2500억원 발행으로 총 4500억원을 확보, 올해 10월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2500억원과 12월 만기도래 1700억원 등 4200억원을 상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등 주관사가 수요미달에 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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