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방침 철회 촉구 건의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경련이 일본 측에 제시한 수출규제 방침 철회 이유는 ▲국제가치사슬 교란 ▲일본 기업·경제 영향 가능성 ▲일본의 대외 이미지·신인도 영향 ▲정경분리 기조 약화 ▲동아시아 안보 공조체제 불안 등 5가지다.
ICT(정보기술)산업은 일본(소재수출)→한국(부품생산)→미·중·EU(제품화) 가치사슬로 묶여 있고, 양국 기업은 물론 관광산업도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소재 3개 품목인 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을 제재하고 있다.
특히 전경련은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으로 수출규제 품목을 전략품목으로 추가 확대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일본 정부 설득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전략품목은 살상무기와 핵물질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소재‧부품이다. 전경련은 그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수 소재·부품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을 필두로 전경련은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앞서 전경련은 일본 교역·투자 기업인, 증권사 연구원, 학계‧연구계 통상전문가 50명을 설문조사해 ‘외교적 대화(48%)’가 바람직한 대응이라는 반응을 소개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10일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과 해법‘ 세미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 경영난이 심화되고, 한국의 무역 보복도 역효과를 부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노력에도 전경련은 현 정부의 적폐 낙인을 재확인해야 했다. 허창수 회장은 같은날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책 논의 자리에 참석했다. 하지만 전경련이 아닌 GS그룹 회장 자격이었다. 일본의 파상공세에도 전경련과는 머리를 맞댈 수 없다는 청와대 기조가 확인된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별다른 해법을 내지 못한 채 수입처 다변화와 기술 개발비 추경예산 반영 등을 이야기했다. 일각에선 외교적 해법이 우선인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앉혀놓고 일본에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간영역에서 일본 재계와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온 전경련은 4월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를 열고 위기신호를 보냈다. 5~6월에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주일 한국기업 영향 설문조사와 경제위축 가능성 분석에 나섰다. 전경련의 행보는 정부를 의식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경쟁력 강화와 민간외교가 본업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제58회 정기총회에서 재선임된 허 회장은 “전경련이 혁신안을 발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아직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며 적극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전경련의 일본 무역제재 극복 방안 탐구는 당시 허 회장이 밝힌 4대 중점 사업과 관련이 깊다. 사업은 ▲저성장 극복과 지속가능 성장 ▲일자리 창출 ▲산업경쟁력 강화 ▲남북경제협력 기반 조성 등이다. 우선 막힌 반도체 활로를 뚫어야 성장이 지속되고 산업경쟁력도 강해진다. 또한 전경련은 지난 1일 일본 현지 기업 취업 연계 연수 프로그램 ‘K-Move 스쿨’ 발대식을 열 정도로 일본 취업 지원도 적극적이다.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전경련은 다음 단계를 내다보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3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고 일본 경단련과 11월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재계회의’ 일정을 확정해놨다. 양국 정부의 대립이 오래갈수록 전경련의 움직임이 정재계 안팎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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