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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학파 퇴조하고 학현학파 득세,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 어려운 양극화가 근본 원인

장빈 기자 2019-02-19 10:22:24

빈부격차는 언제·어디서나 존재..구의역 청년vs정유라, 구조적 불평등 적나라하게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이 1월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가 퇴조하고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가 득세한 것은 현재의 양극화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양극화’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현학파가 득세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일어난 ‘촛불혁명’으로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권이 수립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경제 분야에서 보수는 성장을, 진보는 분배를 중시하기 때문에 진보 정권이 출범했으니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적인 학파가 득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학현학파의 득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도나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진보 정권도 성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지만 ‘혁신성장’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도 복지 확대를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이 기간에도 복지는 확대돼 왔다.

학현학파 득세 원인을 양극화 심화로 단정할 수도 없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빈부격차는 언제·이디서나 있어왔고 우리나라도 정부 수립 이후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수치인 ‘지니계수’나 ‘소득 5분위배율’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왔다. 더구나 통계청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이었던 2011년 지니계수는 0.388, 소득 5분위배율은 8.32에서 2015년 0.352, 6.91로 낮아지기도 했다.

◆진보정권으로의 정권교체만으로 학현학파 득세 설명 어려워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을 의미한다. 소득 5분위배율은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값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

고도 성장기였던 지난 1970∼90년대에도 빈부격차는 큰 사회 문제였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고도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분배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산업 실질임금지수는 1975년 100에서 1979년 180.3으로 급등했다. 대표적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자인 조갑제 씨는 2012년 8월 30일 ‘뉴데일리’에 쓴 칼럼에서 “유신기간 중 노조의 활동이 제약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이 시기였다. 1975∼1979년 사이 제조업 근로자의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을 보면 미국은 0.2%, 일본은 1.3%, 태국은 2.4%, 말레이시아는 4.5%였는데 반해 한국은 13%로 최고였다”고 밝혔다.

'실질임금'은 물가상승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명목임금을 물가지수로 나눈 화폐액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생활수준은 실질임금에 의해 좌우된다.

'명목임금'은 물가의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현재의 돈을 기준으로 임금을 표시한 것이다. 쉽게 말해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받는 화폐액을 말한다.

즉 과거, 특히 고도성장기였던 1970∼90년대에도 빈부격차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저임금 노동자 등 저소득층도 고도 성장의 과실을 받으며 개인의 노력으로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1970∼90년대 고도성장기엔 저소득층도 고도 성장 과실 받아

더구나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노동운동도 활발해졌다. 1990년대까지 노동운동은 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빈부격차 완화에 기여를 했다.

그러던 것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이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력히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좋은 일자리가 급감하고 비정규직이 급증해 살인적인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적인 양극화로 악화됐다.

이를 적나라하게 나타낸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말 발생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정유라 입시부정이다.

2016년 5월 28일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김모군과 정유라 모두 10대말∼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지만 살아온 삶은 극명히 대조됐다.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이런 이유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 이후 최소한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은 보장되는 사법시험 부활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대입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빈부격차는 과거에도 있어 왔고 그 정도가 심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했지만 현재의 양극화는 과거의 빈부격차와는 달리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적인 양극화이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학현학파가 득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사법시험 부활과 수능 위주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양극화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불평등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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