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조용히 인간을 위로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반대로 소리를 높이고 확신을 강요하는 순간 가장 위험해진다.
이 단순한 원칙을 인류는 수없이 경험해 왔지만 우리는 늘 비슷한 장면 앞에서 다시 놀라고 다시 분노하고 다시 잊는다. 최근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이 주요 종교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이비 종교는 척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그래서 시의적절하면서도 불편한 발언이다.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기에는 사회가 이미 치러온 대가가 너무 크다.
사이비 종교는 특정 국가나 문화의 산물이 아니다. 일본 사회가 1990년대 중반 겪었던 옴진리교의 사린 가스 테러는 집단적 광신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종말과 구원의 언어는 그럴듯했지만 그 끝은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었다. 당시 일본 사회는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충격에 빠졌지만, 사후 분석의 결론은 늘 같았다. 경고 신호는 분명히 존재했고 사회가 그것을 외면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최근의 일본 현대사 역시 종교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은 정치 테러라는 형식을 띠었지만 가해자의 진술은 전혀 다른 지점을 가리켰다. 그는 어머니가 통일교에 깊이 빠져 가정이 붕괴됐고 그로 인한 원망과 절망이 왜곡된 분노로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특정 종교를 단죄하는 문제를 넘어, 한 개인의 삶이 종교를 매개로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에 가깝다. 종교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족과 생계까지 집어삼킬 때 사회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름’을 얼마나 강하게 부르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구조다. 사이비 종교의 특징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지도자는 절대화되고 교리는 질문을 허락하지 않으며 신도는 조직을 위해 개인의 삶을 유보하도록 강요받는다. 헌금은 신앙의 증명으로 바뀌고 고립은 순수성으로 포장된다. 이 과정에서 법과 상식은 언제나 한 발 뒤로 밀린다. 그 결과는 대체로 같다. 경제적 파탄, 가족 해체, 그리고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다.
종교의 자유는 민주사회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자유에는 전제가 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것,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을 것, 법의 테두리 안에 머물 것. 이 최소한의 조건이 무너지는 순간, 종교는 더 이상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이동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냉정한 원칙이다.
진우 스님의 발언이 갖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불교계의 수장으로서 종교가 스스로를 성역화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종교가 종교를 향해 “이 선은 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공격이 아니라 자정이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방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종교인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종종 종교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로 인해 고통을 겪은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 인간을 구원한다는 이름으로 인간을 가난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만든다며 개인을 고립시키며 평화를 말하면서 갈등을 키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종교는 이름이 무엇이든 국적이 어디든 이미 본질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경계하자는 말은 종교를 부정하자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가 다시 신뢰받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확인하자는 요구다. 종교는 인간 위에 군림할 때가 아니라 인간 곁에 머물 때 의미가 있다. 사회가 이제라도 이 오래된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다음 비극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놀라운 사건은 늘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준비돼 온 경우가 많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신앙의 얼굴을 한 위험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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