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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닥 찍은 건설 현장에 규제부터 덮쳤다

한석진 기자 2026-01-12 10:17:06
한석진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건설 경기가 바닥을 지났는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업계가 가장 힘겨운 시점에 노동과 안전이라는 두 개의 규제가 동시에 현장에 내려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규제의 취지보다 그것이 작동하는 시점이다.
 

올해 3월 시행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넓혔다.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주체까지 사용자로 본다는 취지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 변화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단계 하도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원청이 하도급과 협력사의 노무 문제까지 직접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사 이슈가 더 이상 현장 단위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올라온다.
 

안전 규제 강화도 같은 시기에 속도를 냈다. 반복적인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더 엄격해진다. 공공공사에서는 안전 성과가 입찰 결과에 직접 반영된다.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감점을 받고 안전 관리 실적이 우수하면 가점을 받는다.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명확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민간 주택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착공 지연은 누적돼 있다. 분양 부진으로 현금 회수는 늦어지고 원가는 이미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리스크와 안전 비용이 동시에 늘어나면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으로 내려온다. 공기 관리가 어려워지고 손익은 빠르게 흔들린다.
 

공공공사 확대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공공시장 역시 안전 성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사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안전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고 늘리자니 비용 부담이 커진다. 최근 폐업 통계가 보여주는 흐름은 이 고민이 이미 숫자로 드러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적했듯 올해 수주 지표가 일부 나아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회복의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경기 자체보다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과 더 밀접하다. 규제가 한꺼번에 겹칠수록 현장은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공정은 느려진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노동과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다만 산업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시점에서 모든 부담을 동시에 올리는 방식이 최선이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범위와 교섭 책임에 대한 해석을 분명히 하고 안전 기준 역시 현장이 따라갈 수 있는 단계적 기준과 비용 보완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방향이 옳다고 해서 타이밍까지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지금 건설 현장이 보내는 신호는 규제 완화 요구가 아니다. 현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 설계에 대한 요구다. 방향과 시점을 함께 보지 못한 정책은 현장에서 버팀목이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