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시장 철수를 택할 것 같았던 한국GM이 내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수출 비중이 90%를 넘는 구조 속에서 내수 판매는 사실상 붕괴 국면에 들어섰지만, 한국GM은 서비스 체계 재편을 앞세워 국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볼륨급 내수 신차와 전동화 전략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판매 회복이 아닌 ‘유지 전략’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GM이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전날 밝힌 내수 전략의 핵심은 서비스 네트워크 재편이다.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전국 협력센터 중심으로 서비스망을 재구성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재 전체 고객 서비스 물량의 90% 이상이 협력센터에서 처리되고 있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협력센터 비중이 높은 현상이 고객 선호보다 직영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영센터 수 자체가 부족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된 상황에서 협력센터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영센터 축소가 내수 의지 강화와 충돌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서비스 인프라 변화는 최근 한국GM의 내수 판매 기반 약화와 직결된다. 국내 출시 모델은 수년간 제한적이었고, 수출 중심 생산 전략이 강화되면서 주요 볼륨 모델 공백이 길어졌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판매를 견인하고 있지만 대다수 물량이 수출에 배정돼 국내 고객의 선택지는 더 좁아졌다. 서비스망 역시 직영 축소 흐름 속에서 협력센터 중심 구조가 고착돼 인프라 경쟁력 약화가 지적됐다.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시장은 전동화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며 주요 제조사가 전동화 라인업을 넓혔고, 수입 브랜드와 전기차 전문 기업까지 참여해 시장 기준이 바꼈다.
한국GM의 제품군에는 이를 반영한 전략 차종이 부족해 경쟁력이 점차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 내수 판매는 지난 11월 기준 1000대 이하로 내려앉았다.
내수 약화는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생산 구조 재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군산공장 철수로 국내 생산 거점이 축소됐고, 부평2공장 가동 중단까지 이어지며 생산 체계는 효율 중심으로 조정됐다. 수출 물량 확대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국내 신차 배정 우선순위는 자연히 낮아졌다.
한국GM의 완성차 판매 중 지난해 해외 수출 비중은 95% 안팎을 유지하며 사실상 수출 중심 구조가 고착됐다.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레일블레이저 중심의 수출 물량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서 생산 효율이 개선됐고, 회사 실적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부평·창원 공장은 GM 글로벌 생산 배치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단기간 운영 중단이나 대규모 조정이 어려운 구조다. 군산공장 철수 당시 지역경제와 협력업체에 미친 영향도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번 서비스망 재편은 한국GM이 내수 시장 기반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기존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브랜드 신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 형태로, 사업 철수 우려를 진정시키는 상징적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수 확대의 핵심인 신차·전동화 전략이 함께 제시되지 않아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서비스 운영 조정만으로는 구조적 약화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향후 내수 시장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라며 “전동화 라인업 구축이나 국내 생산 모델의 내수 공급 확대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수출 중심 구조는 더욱 강화되고 내수 기반은 한층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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