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우미건설, 공공택지 '벌떼입찰' 지원 위해 4997억원 일감 제공… 공정위 과징금 483억 부과

한석진 기자 2025-11-17 15:08:54
건설 실적 없는 계열사에 대규모 공사 배정 입찰 조건 맞추기 위한 부당지원 판단
우미건설 CI [사진=우미건설]


[이코노믹데일리] 공공택지 입찰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계열사에 대규모 공사 물량을 몰아준 우미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우미건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483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2010년부터 공공택지 사업에서 다수 계열사를 참여시키는 이른바 ‘벌떼입찰’ 방식에 관여해 왔다. 관련 논란이 커지자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조건은 2016년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 이상 보유 업체로 강화됐고, 이에 맞추기 위해 우미건설은 계열사 지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우미건설은 2017년 이후 자신들이 시행 중인 12개 아파트 사업에서 주택건설 실적이 없던 계열사들을 비주관 시공사로 선정했고, 총 4997억원 규모 공사 물량을 배정했다. 선정 기준 역시 개별 기업의 기술력이나 실적이 아닌 세금 부담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건축공사업 면허가 없는 회사도 포함됐다.
 

지원 과정을 총괄한 조직은 그룹 본부로 확인됐다. 계열사들이 공사를 소화할 역량이 부족하자 다른 관계사 직원들을 파견해 업무를 대신하거나 실무를 지원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당시 계열회사 대부분이 매출과 주택사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고, 사실상 이번 지원행위만으로 시장에 진입해 중견 규모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원 대상 5개 업체는 이후 총 275건의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고, 이 중 우미에스테이트와 심우종합건설은 2020년 두 곳의 택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우미그룹은 매출 7268억원과 매출총이익 1290억원을 올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우미에스테이트 성장 과정이다. 우미에스테이트는 총수 2세가 2017년 10억원으로 설립했으며 설립 4개월 만에 880억원 규모 공사를 확보했다. 이후 확보한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 택지 사업까지 따냈고, 2022년 지분을 우미개발에 매각해 5년 만에 117억원의 매각차익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지원 금액의 정상가격 산정이 불가능해 관련 규정에 따른 비율 적용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며 “이번 행위는 입찰 과정에서 계열사를 부당하게 키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기획과 지시는 그룹 본부에서 이루어졌으며, 실질적 중심 역할을 한 우미건설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특수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 자격 요건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방식이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입찰 과정에서의 지원 행위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